한 중일 삼국의 역사서에는 신빙성이 없어 보이는 오류가 많이 있다. 소설과는 분명히 다름에도 '고사기' '일본서기' '삼국유사' '삼국 사기'등도 철저하게 주관적 입장에서 기술 된것이라 작가의 견해가 지나치게 반영된 부분이 있다. 물론 중국의 대부분의 역사서 또한 마찬 가지 이다. 반면에 사마천의 '사기'는 너무나 객관적이고 냉철한 서술로 인해, 새삼 저자를 존경하게 까지 만드는 책이 아닌가 싶다. 역사란 분명히 사실과 객관에 의해 기술 되어야 하는것 이기에 그렇다.
반면에 소설이란 글자 그대로 허구를 기술 한것이다. 어떤 거짓말도 허용된다는 이야기 이다. 그런데 역사소설의 경우 사실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 역사와 허구가 밑바탕이 되는 소설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진위 여부로 자주 입에 오르내리게 되는 경우도 많다. 요즘 방영되는 역사 드라마의 경우도 이런 입가심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데, 어느 방향이 바람직 한지는 각자의 생각이 다르므로 뭐라 말하기가 곤란 하다.
다만 공중문화 보다 대중문화가 발달한 요즘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의 지식이 박학하지 않는 고로, 많은 인기를 끈 소설들은 '정사'로 오인받는 경우가 허다 한것 같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도 그렇고, 과거로는 '삼국지 연의'가 그렇다. 동시대의 내용을 기술한 비슷한 역사서로 '로마의 흥망사'가 있고 '삼국지'가 있음에도 두 소설은 정사보다 훨씬 많이 읽혀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심각한 문제는 두 소설 모두 재주있는 작가에 의한 '허구' 인데 많은 사람들이 사실로 믿고 있다는 점 이다.
삼국지의 배경이 되는 위,촉,오 시대에 가장 위대한 사람은 개인적으로 조조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글쎄.... 조조가 아니었으면 그 시대에 조조가 흉노나 북방의 이민족들을 제대로 방어 할 수 있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제갈 공명에 대해서도 정사 '삼국지'에서는 정치적 능력은 높게 평가 하면서도 군사적 능력은 낮게 평가 하고 있는데 아마도 사실 일 것 이다. 군사적 능력이라는것은 충분한 경제력과 인구등이 뒷받침이 되어야 가능 한것이지, 제갈 공명 혼자서 어떻게 해 볼 수 있는것은 아니기에 그렇다.
그런데 작가 나관중은 '삼국지 연의'를 통해서 의도대로 수많은 불세출의 영웅들을 만들어 냈다. 중국사에 전무후무한 영웅(?)들은 중국의 민간신앙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어느덧 역사적 사실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아마 그래서 우리인식속에 카리스마 있는 조조는 간웅의 대명사가 되었고, 우유부단한 유비는 성군의 이미지를 지니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삼국지 연의'의 소설적 능력을 높게 보는 편이지만, 역사적 오류에 빠지지 않을려고 하는 편이다. 그래서 역사 소설을 읽을때는 가급적 검증된 사실인지 알아 보는것도 재미 있다.
영화 '적벽대전 2'를 보면서도, 실재 역사 보다 소설이 흥미진진한 점이 있기에 어느순간 그것이 사실이기를 바라고 믿고... 그래서 시간이 지나다 보면 소설에 불과한 사실이 역사적 사실로 둔갑하기도 하지만 영화는 더욱 그러지 않을까 싶었다. 제갈 공명이 연노라는 무기를 만들었다는 설정도 그렇고...황장군이 아닌 소교가 조조를 찾아가는 설정도 그렇고, 무엇보다 압권은 조조가 차 한잔에 시간을 빼앗긴다는 설정인데.... 좀 그럴싸한 설정으로 바꾸었으면 더욱 좋지 않을까 싶었다. 마지막 머리를 풀어헤친 조조의 모습에서 아주 오래된 홍콩영화가 생각나는것은 안습 이었다. 그리고 변형된 로마의 방진을 '적벽대전'에서 보니 뭔가 뒤죽박죽된듯한 묘한 혼동이 왔다. 오우삼 감독도 이젠 늙었나?
뭐 그래도 이런거 저런거 떠나서 영화야 결국 재미 있자고 만든것인데 재미 있었으면 좋지 않을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영상미, 스토리 모두 별로 였다. 예고편에서 보았던 스팩타클한 영상미는 어디 갔는지.... 실망 스럽기 그지 없었다. 화전 장면에서 웅장하게 보였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으로 영상에 빨려들게 만드는 흡인력이 없는것 같았다. 스토리도 산만해서 뭔가 마음을 끌어 당기지 못한다는 느낌 이랄까? 동방불패와 소호강호 같은 영화에서 받았던 중국음악의 감동도 없었고..... 차라리 저렴한 비용으로 만든 예전 홍콩영화가 차라리 좋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