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좀 묻겠습니다.. 외도 가는 터미널을 가려면 어떻게 갑니까?" "그래요.. 그라믄... 어케어케 해서.... 내 따라 가이소..." 저는 이 말에 잠시 그분이 저를 안내 해 준다는 말씀으로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나친 친절에 잠시 어리둥절 하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냇가를 따라 올라가라'는 경상도식 이야기 였습니다. ㅎㅎㅎ 그런데 제가 지금 그분을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내 따라 가보이 바로 쓰레기 하치장 나오데이..ㅎㅎㅎㅎ "
눈이 부시게 파란 하늘과 그 색깔만큼 맑던 바다빛에 파도의 깨어진 포말처럼 마음이 날아갈듯 하얗기만 합니다. 아주아주 오래전에 남해안 일대를 여행했던 이후 다시 남도의 섬으로 눈길을 돌려 섬 여행을 하고 있는데 이번주엔 외도를 목적지로 삼아 보았습니다. 하지만 외도는 저에게 쉽게 문을 열지 않았고, 먼바다는 거칠어서 어쩔수 없이 저는 거제도에 머물고 말았습니다. 다시 그곳에 갈 수 있으련지 모르겠지만 계획에 약간 차질이 있다고 해서 말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그곳에서 다른 색다른것들을 찾아 보았습니다.
옥포조선소, 바람의 언덕, 해금강, 해안 일주 도로, 몽돌 해수욕장.... 역시 여행은 아무리 해도 재미있고 새로운것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항상 그렇듯 낯선 도시에서는 사소한것 하나라도 나 이외 '그밖의 것들'로 분류되는 지라, 철저한 타인이 되어 관조의 흥미가 더 합니다. 굽이 굽이 돌던 해금강 해안 일주 도로에서 끝없이 펼쳐지던 파도의 포말과 섬의 유혹은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고, 하늘빛이 어찌나 곱던지 봄날 '분홍빛 화사'가 슬프다고 이야기 했던 기억이 떠 올랐습니다. 맑고 아름다운것들은 항상 그렇게 슬픈법인지 '미인박명'이요, blue 또한 melancholy입니다.
그렇게 또 하나의 기억들이 새겨졌습니다. 아마도 이제 저에게 거재도는 옥포조선소 정문 앞에는 토스트를 파는 행상이 있고, 조선소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어떤 공원에서 한눈에 내려다본 충무공의 지략이 숨어있던 바다 또 그 공원에서 본 어떤 외국인 모녀의 축지법 같은 솜씨, 그리고 눈이 부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햇볕의 언덕 같던 '바람의 언덕', 저 멀리 적조 한켠이 보이지만 맑음으로 눈을 채우던 해금강.... 또 흰 구름과 푸른하늘은 서로 어찌나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던지요. 아마 내 기억속의 거재는 이런것들로 채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여행이었고 무엇보다 색깔이 아름다웠던 이번 여행이었습니다. 또 "내 따라 가이소" 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