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 주홍빛 능소화가 전나무를 감고 올라 가고 있습니다. 이제 더위도 한풀 꺽인게 가을이 저만치 오고 있는것 같네요. 구중 궁궐 전설을 담았다던 고향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자세히 살펴보니, 꽃잎의 감촉이 부드럽기 그지 없습니다. 하지만 능소화는 사실 청소하기에는 매우 귀찮은 꽃이에요. 가을에는 모두 그렇지만, 꽃이 질때에 무참히 우수수 떨어져서 바닥을 온통 어질러 놓거든요..
벌써 입추가 지났으니, 이제 사실 가을입니다. 저의 경우 항상 마음의 계절이 먼저 오는지라 그때 그 산의 정상에서 28%짜리 산소가 폐부를 채우던 기억, 출근길중 가장 먼저 물드는 은행잎은 계림동 E마트앞 사거리의 은행이었던 기억.. 이렇게 마음속 폐허가 참 많은 계절 입니다. 그래서 인지 러브레터 처럼 파란 가을하늘 빛을 보면, 영어의 'Blue'에 왜 '우울하다' 라는 뜻이 포함 되어 있는지 알것 같기도 합니다. 또한 가을이 왜 fall 인지도요....
이렇듯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기억이 있고, 때로 그 기억이 폐허를 만들지라도.... 올 가을엔에는 모두 지난 기억들에 del 꼬리표를 붙이고, 새로이 '덮어쓰기' 한판 하시는 기억들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관능의 시즌을 지나서 진지한 감성의 시즌, 사랑하기엔 참으로 좋은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Happy Always! Forever, For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