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개인적으로 '반시' 라든지 '참여시' 같은것을 배제하고 시의 순수성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물론 이것은 시대에 따라 다르겠지요. 지금 이 시점이 그렇다는 이야기 입니다.) 제게 노란 산수유꽃은 마치 그리움 같은 빛깔 입니다. 그래서인지 문득 곽재구 님의 시처럼 '그리워서 눈 감으면 산수유꽃 섧게 피는 꽃길 칠십리 같은 느낌이죠?' 라는 대목을 떠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요 모름지기 산수유처럼 작은꽃들은 끝없이 펼쳐지는 흐드러진 군락이 아름다운 법이죠. 지금 여기엔 두그루밖에 없습니다만 흐드러지게 피어있을 칠십리길을 떠 올려 보면 산뜻한 색깔만큼 진한 그리움이 미소를 머금게 만듭니다. "그런데 그리움도 웃을수 있나요?" 라고 물어 본다면 저로서도 그냥 피익 웃을수 밖에요. 그런 그리움도 있으니까요. ^^
꽃이 피어서 / 산에 갔지요 // 구름 밖에 / 길은 삼십리 // 그리워서 / 눈 감으면 // 산수유꽃 / 섧게 피는 / 꽃길 칠십리 /
이 시를 읽으면 마치 이호우님의 시조 '달밤'에서 느꼈던 낙동강의 그리움을 구례 산골동네의 마당으로 옮겨놓은듯한 느낌 입니다. 달밤의 적막은 한낮 시골마을의 고요함과 대비되고 노란달빛과 산수유꽃은 비슷한 모티브를 지닌것 같고, 칠십리길은 먼길을 떠나온듯이란 대목과 연결되는것은, 산수유를 바라보는 느낌이 비오는날의 제 상념만은 아닌듯 하여 오늘 아침 또 한번 따뜻하게 웃어 봅니다. 이백의 자야오가중 가을 부분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何日平胡虜 하여 良人罷遠征 고. 산수유핀 오늘, '그리움 같은 기다림'이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