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하늘, 드넓은 우주 어디선가에는 태양이 평생, 즉 1백억년 동안 내놓는 양보다 많은 에너지를 수분, 때로는 수초만에 분출하는 장관이 연출되고 있다. 감마선폭발(Gamma-ray burst)로 이름 붙여진 이 현상은 1960년대 말 처음 발견된 이래 신비에 싸인채 천체물리학자들을 매료시켜왔다.

이런 거대한 폭발은 어디에서, 왜 일어나는가? 지난 10여년 동안의 집중적인 연구 결과 감마선폭발에 대한 의문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 우주의 작은 빅뱅이라고도 불리는 감마선폭발의 실체를 들여다보자.


핵실험 감시하다 발견


빠르게 회전하는 블랙홀 주위의 물질은 회오리 바람을 타듯 빙글빙글 돌면서 블랙홀을 향해 다가간다.
감마선폭발 현상의 발견은 대부분의 획기적인 새로운 발견이 그렇듯이 아주 우연한 기회에서 비롯됐다. 미소 냉전체제의 찬바람이 매섭던 1960년대, 양국은 서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며 정보입수에 혈안이 돼 있었다.

핵실험 여부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지상에서 오는 감마선의 양을 측정하는 것이다. 감마선은 X선과 자외선보다 파장이 짧아 더 큰 에너지를 함유한 빛인데, 자연적으로는 방사선의 일종으로 핵폭발 실험에서 다량 방출되기 때문이다.

소련의 핵실험금지조약 이행을 감시하기 위해 1969년 미국이 쏘아 올린 감마선 측정위성 벨라(Vela)는 지구표면이 아니라 우주로부터 오는 강한 감마선을 측정하게 된다. 예상 밖의 현상에 당황한 연구자들은 이 감마선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노력했지만 당시 과학기술로는 역부족이었다.

과연 이 감마선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리고 그 원인은 무엇이며 그런 천체는 얼마나 많이 존재할까? 이런 수많은 의문을 간직한 채 우주 감마선 천체의 발견에 대한 첫 논문이 1973년 미국 천문학회지에 발표됐다. 새로운 우주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논문이었지만 여기에서 과학자들은 전혀 새로운 천문 현상이 발견됐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1991년 미항공우주국(NASA)은 감마선폭발 현상을 규명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컴프턴(Compton) 감마선 우주망원경을 우주로 보냄으로써 감마선폭발 연구에 본격 돌입했다. 2000년 수명을 마칠 때까지 컴프턴 감마선 우주망원경은 매일 한건 이상 총 3천여 개의 감마선폭발 천체를 관측했다. 분석 결과 이들 감마선폭발 천체가 하늘의 모든 방향에 골고루 분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실은 감마선폭발 천체가 우리은하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존재함을 의미한다.

1996년에는 이탈리아와 네덜란드의 합작 위성 베포-색스(Beppo-SAX)가 우주로 올라갔다. 베포-색스는 감마선에서 X선까지 다양한 파장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는 위성으로, 감마선폭발 천체의 좀더 정확한 위치 추정이 가능하다. 그 결과 감마선폭발이 일어나고 있는 은하가 지구에서 수십억 광년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인공위성에서 측정한 에너지로부터 추정한 감마선폭발 천체의 폭발 에너지는 초신성폭발의 에너지와 맞먹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양은 태양이 평생 방출하는 에너지보다 훨씬 큰 양일 뿐 아니라 불과 수초에서 수분 사이에 분출된다. 이 에너지는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1031 개, 즉 매일 1천조개의 폭탄을 30조년동안 터트린 것에 해당한다. 과연 이 막대한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무엇이 이렇게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는 것인가?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는 전혀 새로운 방향에서 나타났다. 감마선폭발이 관측된 후 같은 방향으로 광학망원경과 전파망원경 등을 이용해 다른 파장 영역의 빛을 관측한 결과, 일부 감마선폭발 천체에서 초신성의 증거들이 관측된 것이다. 초신성(supernova)은 별 전체가 폭발하면서 산산조각나는 파국적 사건이다.

감마선이 관측된 것과 같은 방향에서 관측 후 수일에 걸쳐 다른 파장에서도 밝은 빛이 급격히 감소하는 현상이 관측됐는데, 이는 감마선폭발을 일으키는 에너지가 먼저 감마선으로 방출되고, 남은 에너지는 별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들과 충돌하면서 다른 파장영역의 빛도 방출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일부에서 가시광선 영역의 빛이 감소하는 도중에 갑자기 밝기가 증가하는 현상이 관측됐다. 이런 관측은 감마선폭발에 이어 초신성폭발이 일어났음을 의미한다. 한편 감마선폭발 천체에서 방출되는 빛은 좁은 각도로 분출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각도가 넓어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따라서 기존의 초신성과 달리 감마선폭발을 수반하며 동시에 초기에 좁은 각도로 감마선을 방출하는 새로운 형태의 초신성 또는 극초신성이 있어야 한다. 극초신성(hypernova)이란 폭발 에너지가 보통의 초신성보다 훨씬 큰 경우이다.


이창환·부산대 물리학과 교수
과학동아 2004년 2월 clee@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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