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고택

GOSSIP 2010. 11. 9. 14:03

주말에는 가족들끼리 충남 아산에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서울과 이곳의 중간쯤 되는곳 이라서요.  도고에 있는 스파에서 온천과수영을 즐기고 천수만으로 이동해서 철새를 구경 하려 했는데, 철새는 아주 멀리서만 구경했습니다. 탐조차량이3시 조금 넘어서 출발하는데 이 차를 놓쳤기 때문 입니다. 

새삼 느끼지만 올해는 단풍이 별로 입니다. 확실히 2010년은 도심속에만 가을이 있는것 같습니다.대신에 도고에서 천수만 가는길에 아주 멋진 풍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선이 부드럽게 아름다운 논들의 양쪽으로 활엽수 숲이 둘러싸고 있는 그림같은 풍경이었습니다. 풍수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한눈에 명당터 인것 같아서 햇볕이 드는 한쪽에 집을 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내가 지정한곳보다 훨씬 좋은 위치에 이미 오래된 기와집 한채가 서 있는것 입니다. 먼 발치라서 건물이 멋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건물과 어울어진 풍경 만큼은 정말 아름다운 집 이었 습니다.  감탄으로 무릎을 치고 있는데 이정표에 그 집 방향이 추사고택이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그 집이  추사고택으로 짐작될 따름 입니다. 추사고택이 아니라고 해도  추사가 자라면서 이 풍경을 자주 보았을 테지요.  

일본의 깊은 숲속이나 유럽의  맑은 호수를 바라보면서도 느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나 모차르트는 그냥 태어나기만 하는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건 우리의 추사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예술가란 타고난 자질도 물론이지만 성향과 방향은 그가 자라난 풍경과 환경에 의해서 만들어 지는것 같습니다.

수덕사는 시간상 들리지 못하고 그 앞으로 지나만 갔는데.... 아시죠? 수덕사 대웅전... 그 기둥이 꼭 보고 싶은 건물 이예요.  아쉽게도 아이들이 절은 별로 보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혹자는 왜 그렇게 고생하면서 멀리까지 돌아다니느냐고 합니다. 하지만 인생 뭐 별거 있나요.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누구였는지, 어떤 사람 이었는지, 내 정체성을 각인시켜 주고 가면 그뿐 아닌가요. 아이에게 어떤 아빠였는지, 아내에게는 어떤 남편 이었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나 의 실체는 따지고 보면 남겨지는 기억들 이니까요.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