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간만에 편안한 잠을 잤다. 9시 부터 5시까지는 잤을까? 하지만 누적된 피로를 풀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이 자는 연습을 해야 겠다. 아무튼 잠은 좋은 것 같다. 간만에 맞는 상쾌한 아침이다.

오늘 아침에는 피에르 베레고부아라는 프랑스 정치인의 기사를 읽어 보았다. 그는 1992년 4월 부터 1993년 3월까지 프랑스 미테랑 정부의 총리 였다. 그런데  당시 청렴함으로 신망이 높던 베레고부아는 총선 한달전에 프랑스주간지의 폭로기사로 패배한 총선 5주후 자살한 시체로 발견된다. 기사의 내용은 그가 다른 부폐혐의로 조사를 받은 한 친구에게서 무이자로 돈을 빌렸다는 내용이었다. 검찰 조사에 의하면 이 혐의는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었다. 주택 구입자금으로 100만프랑을 빌렸지만 이를 공식화해 1995년까지 갚겠다는것을 공증을 통해 공식화 해 두었던 것 이었다.
 
문제는 이 공증 내용이 우파 성향의 예심판사 손에 들어가서 정치화 했다는 것이었다. 이미 1989년과 1992년말 두 차례에 걸쳐 부채를 모두 상환 했지만 반대파는 이 문제를 총선에서 부도덕성과 연결 시켰다. 결국 1993년 3월 총선에서 그가 속한 사회당은 참패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도덕성을 의심 받은 그는 5주후 경호원의 권총을 훔쳐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문득 여러가지 정황들이 오버랩 된다. 가난한 집안의 아들... 뛰어난 머리... 자수성가... 성공신화.. 퇴임... 경제적 어려움... 도덕성에 대한 타격... 좌절... 자살... 우리의 노무현 대통령도 봉화마을 주택이 발단이 되었다. 어떤 언론은 예전 부터 이 집을 아방궁으로 묘사를 했다. 하지만 얼마전 이 집의 설계자가 아껴 두었던 말을 꺼냈다. 이 집은 단지 흙과 나무로 지은 집 이고 주인의 성품에 맞춰 여러가지가 불편하고 검소하게 만들었다고... 다만 경호원들의 기거 장소등을 고려해 덩치만 크다고...  당시 이 기사를 읽으면서 평범한 나의 소망이 생각 났다. 나도 퇴직후 근교에 조그만 흙집이나 짓되, 아주 오래 갈 수 있는 튼튼한 집을 지어 손자들에게 유년시절의 기억이나 담아 줄까 하는... 아마 노 대통령도 그런 소박한 꿈을 꾸지 않았을까 싶다. 다만 나와는 처지가 다르므로 조금 크게 지었을 뿐이지 않을까 싶다. 돈을 빌리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평범함을 꿈꾸는 사람일 뿐 이었던 그는 인터넷을 통해서 국민과의 대화를 시도 했다. 하지만 이것도 내가 보기에는 평범함에 불과 하다. 농촌에서의 일상.. 일종의 귀거래사와 같은 유유자적이 그가 국민들에게 말 하고 싶었던것이 아니었을까. 그가 고향에 도착해서 맨 처음 한 말이 " 아 좋다!" 였다. 나는 뉴스에서 그 풍경을 보고 저절로 웃음이 나왔던 기억이 있다. 청와대에서 얼마나 스트래스 받았으면 자연스레 저런 감탄사가 나올까 하는 생각에 피식 웃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두번다시 정치를 하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했었다. 분명 그 감탄사는 김대중 대통령의 영국 유학 당시 연설과는 다른 느낌 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대파는 이것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 한것 같았다. 이것은 물론 굽힐줄 모르는 그의 강직한 성품도 한몫을 했겠지만, 그가 여전히 정치에 관심이 있는것으로 간주 하고.... 끈임없이 위협을 했다. 철저하고 서서히 그리고 전방위 적으로 .... 무엇보다 치졸하고 야비하게... 댓가성이 증명되지도 않았고 그가 대통령을 엮임했다는것을 감안하면 그리 큰 돈도 아니데, 증명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흘리면서 그를 마치 잡범 다루듯이 했다.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그는 결국 유명을 달리 했다.  이는 우리에게도 슬픈 일 이다. 내 아이게게 보여 주고 싶은 유유자적한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이제는 보여 줄 수 없다.

그가 추구했던 정치 실험의 성패여부 는 시간이 평가 하겠지만 내가 지지했었고 가장 많은 국민에게 사랑 받았던 대통령... 몇 몇 우파는 요즘의 조문 상황을 감정적 국민성 탓으로 돌리지만, 결국 그가 그 만큼 국민에게 사랑 받았다는 반증이다. 사랑이 식으면 때로는 차갑게 등을 돌리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난후 그때 그가 옳았다는것을 이해 하기도 하는 법 이니까....  무엇보다 현 정부가 지나치게 그와 반대 정책으로 일관하는 바람에 대비성이 명료 해져서 그를 이해 하기가 쉽게 되었다는점도 있는것 같다. 부자들의 떡 고물이나 나눠먹는 구조가 아니라 당당하게 소득이 재분배 되는 선진국형 사회 구조를 위해서 헌신한 그의 노력이 이제야 보이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에대한 추모 열기는 사실은 현 정부가 만들어 준것이 아닌가 싶다.

나도 오늘은 아이를 데리고 노 대통령 조문이나 다녀 와야 겠다. 사실 지금 몇분의 전직 대통령들이 살아 계시지만, 이분들의 돌아 가실때 대부분은 별로 조문을 하고 싶지 않는 분들 이다. 심지어는 망령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분도 계신다. 국민에게 사랑 받는 대통령이 별로 없다는게 우리 정치사의 비극 이지만 현실이다. 그러니 언제 또 아이와 함께 대통령 조문을 해 보겠는가? 오늘은 퇴근 하는 데로 아이 손을  잡고 조문을 해야 겠다. 어쩌면 그의 비극적 죽음은 한국 정치사의 신화가 되서 국민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대통령으로 남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왠지 그게 나를 더욱 슬프게 한다. 제임스딘 같은 신화 보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같은 멋 스러움이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제 또 언제 유유자적의 전직 대통령을 볼 수 있을까?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간단한 추모사나 남겨 볼 요량이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이라면, 죽음 또한 새로운 시작이라 슬퍼할 일 만은 아닐 것 입니다. 하지만 시지프스 바위처럼 밀어도 밀어도 다시 굴러 내려오는 안타까움은 당신을 참 그립게 합니다. 내 마음의 영원한 대통령! 이제 부디 편안히 영면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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