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이문열의 작품을 보면서 그분께 무한한 존경을 보냈던 적이 있었다. 한국 문학사에 한 획을 긋는 작가라는 생각에 그분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새록 하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사람의 아들'에 이르러서는 그야말로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의 작품 세계에 몰입 했었다. 어쩜 이렇게 신기에 가까운 글재주를 지녔는지 감탄사를 연발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얼마나 좋았던가? 순수 문학으로서 그의 작품은 그의 인간적 가치마저 더욱 돋보이게 했다. 독야 청정 푸른 소나무 처럼 고귀한 기품이 돋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는 참여 문학의 기수 처럼 연일 정치적인 발언을 쏟아 냈다. 김대중 정권시절 조중동 신문에 대한 세무조사와 관련해 참여파의 기수처럼 정권을 향한 비판을 쏟아 내었다. 기실 언론의 자유는 군사정권 시대에 더욱 억압 받지 않았던가?  그런데 군사정권 시절에는 한마디 말도 안하던 그가 갑자기 현실 참여의 색깔을 드러낸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조금 비겁해 보이기도 했다. 그의 동료 작가들이 옥고를 치를때 침묵하던 사람이 갑자기 정부 비판이라니....

하지만 그런 부분은 개인적인 소신 일 수도 있으니 뭐랄 꺼도 없다. 변절이라고 보기에도 딱히 적당하지는 않았고... 하지만 아무튼 그의 신념에 뭔가 변화는 있었을것 같다. 침묵하던 사람이 갑자기 정치적 색채를 드러내는 것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것도 일종의 변절 내지는 변심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뭐 그래도 우리 문학에서 이런일은 그 뿐만이 아니었으니 뭐라 할 일도 아니다. 우리 문학사에 비슷한 예로 육당과 춘원의 예도 있지 않는가?  미당 서정주도 그렇고....

그런데 이번에는 황석영씨다. 그는 확실히 변절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발언을 했다. 이명박 집권을 막기 위해 '비상 시국 선언'까지 했던 인물이 하루 아침에 그와 손을 잡겠다고 한다. 또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광주 5월 민주항쟁의 기록'을쓴 그가 하루 아침에 '광주 사태'라는 용어로 광주를 폄하 했다. 

재미 있는것은 우리 문학사에 당대 문학적 자질로 최고를 꼽는 사람들은 변절을 한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 문학사의 저주 처럼 유령이 씌운것 같다. 더이상 한국 문학은 가치가 없는 것 처럼 보인다. 당대 최고의 작가들.... 하지만 자기의 양심도 지키지 못하는 작가들의 작품은 더 읽어서 무엇한담... 변절 이라는 것은 단순하게 생각이 바뀌었다는것 만을 의미 하지 않는다. 가치가 바뀌었다는것은 작가 입장에서는 자기 부정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그동안 그가 쓴 작품은 죄다 뭐란 말인가? 그들의 작품을 사랑했던 독자들는 호구 인가?

하늘도 무심하신것 같다.. 2인문단 시대, 노천명, 미당 선생.... 그 분들이 어떤 재주를 지닌 분 들인가? 또 그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몇번이나 무릎을 쳤던가? 그런 재주들을 주시고 변절이라는 마음을 주셔서 이 문학사에 저주를 그리도 내리셨는지.... 하지만 그 시대는 어찌 보면 목숨이 위협받는 시대였고... 살아 남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또 어찌 할 말 도 없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지 않는가?

[추가]

김지하 시인이 황석영씨를 옹호한 모양이다. "작가는 좌우를 넘나들 자유가 있다" 맞는 말 이다. 하지만 진중권이 말 처럼 무엇보다 권력으로 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좌우를 넘나든다는 핑계로 권력에 기생한다면 그것을 어찌 자유라 하겠는가? 무엇보다 좌우를 넘나드는것은 젊은 시절의 이야기 이다. 이제 완숙의 경치에 들어선 작가가 그동안의 생각을 부정한다는것은 그동안 그의 작품과 사상을 사랑했던 독자들을 우롱하는 처사이다. 자기와 생각이 다른 정부를 돕는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현정부를 돕더라도 자기 생각은 가지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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