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따라 관점이 다르므로 어떤 사람은 항주에 대해서 별로 볼것이 없다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요즘의 항주에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찾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 어찌 보면 밋밋한 느낌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항주는 상해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전원도시 처럼 조용한 느낌 이었다.

서호
인공으로 만든 호수라고 하는데 정말 크다. 인공물이 크고 화려 할 수록 권력자의 권한이 강하고 반면에 백성들은 힘이 든다고 하는데, 이것을 만드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0년 전에 오산과 보석산을 막아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암튼 이사람들 스케일은 알아 줘야 할것 같다. 서호 10경이 있다고 하는데 제대로 설명을 듣지는 못했다. 다만 황제가 하루를 놀기 위해 만들었다는 정원, 독특한 장식을 한 배들이 독특하다. 배들은 모두 밧데리를 동력으로 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환경 때문에 그러는 것 같다. 물은 1년에 한번씩 바꾼다고 한다.

이곳에서 원이는 원래 소동파의 동상 앞에서부터 전동차로 이동 할 생각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전동차가 오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함께 걸어 다녔는데 많이 불편한 모양이다. 고생을 한 만큼 더욱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

항주 오산 성황묘 성황각
중국 송나라 시대의 관리 였던 사람을 기리는 묘라고 한다. 묘위에 바로 건물을 올려서 건물 안에 묘가 있는 샘이다. 세계 어디를 가나 소원에 대한 믿음은 있기 마련인 모양이다. 중국 사람들은 이곳에서 향을 피우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 진다고 믿는 모양이다. 중국돈을 약간 시주 하기도 하는데 안해도 그만이다.

성황각에서 바라본 항주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이곳에서 서호를 보니 진 면목을 알것 같다. 서호에 있을때 본 모습과는 또 다르다. 마치 부분과 전체처럼 다른 느낌이다. 원이와는 엘리 베이터를 타고 올라 갔다. 아무튼 다리를 다쳐서 이래 저래 고생이다.

성황각을 내려와서 점심식사를 했다. 한라원이라는 한식집 인데 메뉴는 삼겹살 이었다. 원이는 안먹던 삼겹살을 갑자기 먹기 시작 한다. 나름 고기가 제법 먹을만하다. 이 사람들은 원래 삼겹살을 먹지 않고 콩기름 대용으로 기름을 빼서 먹는용도라고 하는데, 한국인들이 삼겹살의 가치를 올려 놓은 샘이다. 민선생이 종업원에게 1000원을 팁으로 주는데 이 여종업원의 남친으로 보이는 녀석이 우리 앞에서 종업원의 엉덩이를 툭 치면서 지들끼리 뭐라고 하면서 저리 지나가 버린다. 손님 앞에서도 그러는 모양에도 깜짝 놀랐지만 그녀석의 말에 거슬리는 부분이 "빵즈..." 하는 말이었다. 뭐라고 하고 싶지만 나는 중국어를 모르고 그넘은 영어를 모르고....더구나 이미 저쪽으로 가 버렸고..... 찌릿하게 여종업원을 쳐다 보았더니 순간 당황해 한다. "하긴 네가 무슨 잘못이냐"라는 식으로 그만 두었다. '빵즈'란 우리 한국인을 폄하해서 그들이 부르는 말이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우리가 중국인을 '짱깨' 라고 부르는 식인것이다. 그 사람은 무심결에 모르거니 생각하고 뱉었겠지만 외국인을 상대하는 곳에서는 항상 말 조심 할 필요가 있다는것을 느꼈다... 물론 우리도 마찬가지 이라고 생각한다.

뇌봉탑
천년묵은 백사와 청사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뇌봉탑... 송성 가무쇼에서도 등장하는 이 이야기는 동양권에 흔히 전해 지는 모티브와 비슷했다. 백사와 청사는 친자매처럼 친하게 지냈는데 어느날 서호에서 놀다가 선비 허선을 만나게 된다. 백사와 허선은 운명처럼 사랑을 하게 되고 부부의 연을 맺어 약국을 운영하게 된다. 하지만 당시 항주에는 금산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당시의절은 신도들의 시주로 먹고 살 수 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신도들은 병이 생기면 절에 가서 시주를 하며 불공을 드렸는데, 약국이 너무 잘 되어서 시주가 떨어지게 된것 이다.

그래서 법해 스님이 법력을 써서 알아 보니 백사와 청사가 인간으로 화 해 있는 것 이었다. 이 사실을 허선에게 말해 주었으나 허선은 아내를 너무 사랑하므로 말을 듣지 않았다. 이에 법해 스님은 허선을 납치해서 백사를 위협하므로 둘이 다투게 되었으나 법해 스님의 법력이 만만치 않고 백사는 아이까지 있는 상태라 이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법해 스님이 백사를 붙잡아서 이곳에 가두고 뇌봉탑으로 눌러 버렸다고 한다.

탑이 무너지기전 까지는 결코 빠져 나올 수 없는 백사...... 하지만 이곳의 탑은 두번이나 무너졌고 지금의 이탑은 무너진 곳에 다시 세워졌다고 한다. 물론 과거의 모습 그대로 복원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왠지 과거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지금의 탑은 중국 어디에나 있는 모습처럼 느껴진다. 물론 내가 중국을 많이 알지는 않지만 사진을 통해서든 어떤 형식을 통해서든 익숙한 모습이다. 하지만 과거의 탑은 훨씬 디테일하게 느껴진다. 모전 석탑형식 이면서 디자인이 왠지 많은 역사와 사연을 담은 느낌이기 때문일것이다. 바꿔진 모습을 보니 아무튼 중국사람들 화려한것을 좋아 한다.

지금의 탑 1층에 무너진 과거의 탑이 있는데 이런 전설 때문에 그곳에 동전을 던지면서 사랑을 빌면 이루어 진다고 한다. 단... 여자만 효력이 있다는것을 기억해 두시면 좋을듯.... 한국 동전도 참 많이 있다.

라텍스와 저녁식사
저가의 중국 여행은 항상 옵션이 있기 마련이다. 가이드팁이라고 주는 돈은 행사 비용으로 소모 된다고 한다. 그래서 가이드들은 이런 옵션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 하는것 같다. 안그래도 라텍스는 구매를 하고 싶었던 참이라 군말없이 따라 갔다. 문제는 내 카드가 그곳에서 되지 않는 것 이었다. 가만히 생각을 더듬어 보니 예전에 외국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등록을 한것 같았다. 그때 한창 외국에서 카드 사기가 많아서 그렇게 한것 이었는데 이제 그게 발목을 잡는다.

저녁 식사는 조선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생태탕과 동파육을 먹었다. 소동파가 동파육을 즐겼다고 하는데, 이렇게 비계가 많은것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겠다. 생태탕도 고향에서 먹는것과는 완전히 다른 맛이다.

송성 가무쇼
송나라 시대의 모습을 재현한 송성..... 마치 우리의 민속촌 처럼 보여진다. 라텍스 공장이 있던 근처에 있었는데 집들도 화려하고 거리는 오밀조밀한것이 시간을 조금 더 내려가 마르코 폴로의 시대로 내려가 본다. 왜 마르코 폴로가 그렇게 항주를 칭찬했을까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당시에는 세계 최고의 도시였을 테니까. 언젠가 언급 했지만 스케일은 돈이 만들지만 디테일은 시간이 만드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항주는 충분히 디테일이 깊은 도시라는 느낌이다.

송성가무쇼는 일종의 중국식 오페라 같은 느낌 이었다. 물론 가수가 부르는 노래가 오페라 보다는 적고 출연자가 직접 노래를 하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에서는 그런 느낌 이었다. 무대까지 직접 물이 떨어지는 연출은 사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 했다. 물론 여러번 보기에는 좀 그렇고 처음 본 느낌이라 감탄이 연이어 나왔다. 금년 4월까지만 이 내용으로 공연한 후 무대를 바꿔서 다시 연출을 할 모양이다. 그러니 이번 연출은 우리가 거의 끝물인 샘이다.

쇼의 끝 부분에 아리랑으로 쇼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상모 돌리는게 조금 어색해 보이지만 그래도 외국에서 이런 공연을 볼 수 있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우리의 국력이 그만큼 커 졌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다만 얼마전 까지는 일본의 쇼도 보여 줬다고 하는것으로 보아 이제는 일본인들이 더이상 이 쇼를 찾지는 않는 것 같다. 일본인들이 찾지 않으니 일본 쇼는 보여 주지 않는 것 이리라...

배우들이 출연하면서 바로 곁으로 지나 가는데 그렇게 큰 키에도 전부 인형처럼 보인다. 팔등신에 목선과 어깨선 팔 다리의 선이 그렇게 아름답다. 이제는 중국 남방계 미인의 전형을 알아 볼듯 하다. 절강성에는 중국 최고의 미인들이 많이 난다고 하는데 그말이 참말인것 같다. 그리고 중국인들에게 미인의 기준은 아무래도 몸매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나에게는 마스크는 왠지 북방계쪽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아무튼 항주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는 송성가무쇼 였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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