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력에 관하여

GOSSIP 2009. 3. 16. 10:20

분별력(양식, Good sense), 진실과 허위를 구별하는 능력이며 그런 의미에서 이성과 같은 의미라고 한다. 굳이 이렇게 어려운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일상 생활에서 비슷한것 중에서 다른점을 찾아 내는 능력이 분별력이 아닐까 싶다. 이것은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 하기 때문에 중요한 능력중의 하나 이다.

요즘 분수를 배우고 있는 우리 아이가 수학 문제를 물어 본다. 어떤 아버지가 17마리의 낙타를 세 아들에게 유산으로 남기고 숨을 거두었는데, 유언은 큰 아들 에게는 낙타의 1/2을, 둘째 아들에게는 1/3을 막내 아들에게는 1/9을 나눠 주라는 유언을 한 것 이었다. 하지만 세 아들은 아무리 고민을 해 보아도 이렇게는 나눌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을에서 지혜롭기로 유명한 소년을 찾아서 해결 방법을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자기가 가지고 있던 낙타 한마리를 내어 주면서, 이제 아버지의 유언대로 나누고 남은것은 자기에게 돌려 달라고 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큰 아들은 9마리 둘째는 6마리 세째는 2마리를 가질 수 있었고 남은 한 마리를 소년에게 다시 돌려 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검산을 해 보면 결국 아버지의 유언대로는 되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 였을까?

그렇다. 더해서 나눠지면 얼핏 문제가 해결 되는것 처럼 보이지만 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다. 더하기와 나누기는 근본적으로 속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수학적 관점에서 17마리의 낙타는 1/2, 1/3, 1/9 로 나눌 수 없다. 2와 3과 9의 최소 공배수는 18인데 17은 최소 공배수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더욱 셈이 어렵다. 이런것을 구별 할 수 있는것도 분별력 이다. 무엇이 문제 인지 찾아 내는 능력..... 초등학생에게는 쉽지 않겠지만 최소 공배수의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즉 이성적이라면 이것의 차이는 충분히 구별이 가능하고 바로 문제점을 찾아 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나라의 사회 지도층은 초등학생 정도의 분별력도 없어 보인다.  일전에 여당의 모 국회의원은 진보와 보수의 개념에 대해서 보수가 기득권 유지 세력이라면 현재의 야당이 예전에 여당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보수적이라고 비판하는것을 보았다. 우리 지도층이 가지고 있는 깊이의 수준이 보여지는 대목이다. 물론 딱히 진보와 보수라는 개념의 구분이 쉽지 않다는것에 대해서 동의 하고, 사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제대로 된 진보나 보수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동의 한다. 하지만 현재의 야당이 보수라는 논리를 펼려면 차라리 자아성찰을 포함한 양비론의 되어야 한다. 진보나 보수는 '기득권'이라는 단순한 한가지 논리로 구별되어 지는 것 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것을 비교 항목으로 삼은것은 희극스럽기 까지 하다.

그리고 요즘 정부는 외국계 경제지에서 한국을 흔든다고 법석이다. 사실 외국계 경제지들도 관점에 따라 한국의 경제를 다르게 분석하는것을 자주 보아 왔다. 유독 요즘 들어 어떤 경제지(예: 파이넨셜 타임) 의 경우에는 한국을 흔들기도 하고, 또 어떤 경제지(예 :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 호의적으로 표현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어느것이 진실인지는 알지 못한다. 진실이란 이면에 숨어서 좀체로 자기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깊게 들여다 보면 사실 표현의 문제 일뿐  비슷한 소리이고 어느정도는 우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 같다. 대체로   '선진국을 제외 하고 개도국끼리만 비교 했을때 한국은 허약 체질 이다' 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 같다.

그런데 중요 한것은 이런 예측이 우호적 이거나 비판적 이거나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건 표현의 문제 일 뿐인데도, 우리는 이런문제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 하는것 같다. 그래서 우리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내면 화을 내듯 반박을 하고 있다. '전혀 문제가 없는데 문제가 있다' 한다는 식이다. 그러면서도 반박에 대한 근거를 별로 논리적으로 제시 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또 그쪽 경제지에서 반박을 하는 양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분명 나쁘게 예측하는 측의 시각도 일면 타당한 점이 있기 마련인데 이런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우리 시스템이 더욱 문제 인것 같다. 이런식의 맞대응이 과연 올바를까?  물론 심리적 지지의 방법으로 반박을 택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럴때 분별력이 있는 행동은 문제점을 시정 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정확한 비전을 제시하는게 현명 하지 않을까?  환율 문제만 해도 우리의 환율시장은 외부적 요소에 너무 취약하고 특히 환투기 세력의 밥이 되기 딱 좋은 구조를 지니고 있는것 같다. 그래서 금융이 불안 할 때마다 이런 문제가 되풀이 되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이런 구조를 고치려는 노력은 아직까지 없어 보인다. 그게 훨씬 중요하고 근본적인데도 비판에 대해서는 반박하는데만 열을 올린다. 그래서 단순하게 "문제 없다"라는 말만 되풀이 하는것은 논리적이지도 않고 믿음도 없어 보인다.

아마 이런 모든 구조에있어서 우리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지 못함"이 아닐까 싶다. 커다란 월간지에서도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지 못한채 인터뷰 기사를 싣고, 병원에서는 '나이롱 환자'와 '진짜 환자'를 구별 하지 못하고, 학교에서는 표절하는 학자와 그렇지 않은 학자를 구별하지 못하고, 정책은 국민에게 4대강 유역 개발과 대운하를 구별해 주지 못하고, 사정당국은 일개 블로거와 외환 당국자를 구별 하지 못 하며 테러리스트와 생존권보호를 위해 절규하는 시민을 구별하지 못하고.....  모두 분별력이 없거나 혹은 없게 만들고 있다.

바로 내가 보수주의자를 싫어 하는 이유는 사고가 막혀서 바로 이런 분별력이 없다는 것이다.그리고  그나마 대안마저 없다. 대법원장부터 "판결문에 오자"와 "법률 조문을 잘못 적용"(세계일보) 한 차이를 분간하지 못하는 것이 요즘 우리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법관이 설혹 법률 조문을 잘못 적용 했다고 해서 법원장이 고치라고 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재판 개입이다. 이제 무엇이 문제 인지를 찾았으면 고쳐야 한다. 법원 인사 시스템이 법원장의 이메일을 일반 판사가 압력으로 받아 들이게 느낀다면 당장 그것 부터 고쳐야 한다. 지금 우리는 법의 잣대가 너무 이중적이다. 누구에게는 죄가 되는것이 누구에게는 죄가 아니고, 누구는 신상이 공개되는 일이 누구는 꼭꼭 감춰서 보호 받고.... 이런것 부터 고쳐서 법이 만인앞에 평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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