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의료 보장 제도가 잘 되어 있기로 유명하다. 의료를 국가의 의무로 간주해서 모든 국민이 무상의료 혜택을 입게 하는 시스템 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몇가지 문제점들이 있다.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한데 죽을병이 아닌 질환(예를 들면 정맥류등)에 대해서는 치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이런류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가면 1년 3개월뒤에 시술 일정이 잡히는 식이다. 물론 치료비는 무두 공짜 이지만 우리 같으면 서비스 0점 소리 들을 수 있다. 암 같은 급한 치료가 필요한 병은 우선적으로 수술실등이 배정되어 치료를 해 준다. 아무래도 의료가 무상이므로 한정된 자원(수술실등)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닐까 싶다.

전에 독일여행중에 목격하고 전해 들은 이야기로, 심지어 의사들은 급여가 너무 적다고  처우 개선을 요구 하며 길거리에서 시위를 하기도 한다. 도대체 수입이 얼마나 되길레 저러느냐고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세금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의사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에 비해 형편이 없었다. 물론 50%정도의 세금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 의사 보다 그리 많지는 않아 보였다. 물론 가이드에게 얻은 답변이라 현지방송등에서 보도된 내용이겠지만, 그래서 인지 유럽쪽은 미국에 비해 의사들의 동기부여가 적다고 한다. 이것도 역시 공공의료의 단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반면에 미국의 의료 보장은 그야말로 형편없기로 유명하다. OECD국가중 최하위 수준으로 알려 져 있다. 오바바의 연설에도 나타나 있듯, 오바마의 가족중에서도 이런 의료 보험때문에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죽은 사람도 있었다. 이런 미국의 의료 보험의 실상은 영화 '식코'를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 그 영화를 보고 과장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오바바의 공약내용에 의하면 미국인구중 4500만명은 의료보험이 없고 이중 80%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의료보험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 많은 고용주들이 의료 보험 비용을 감당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 파산자의 절반 이상이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서 파산 한다고 한다. 대통령 공약내용중에 포함된 사안인만큼 사실에 기인했을터 인데 내용이 그야말로 섬뜩 하다.

여담으로 작년말에 미국에서 살모넬라에 감염된 땅콩버터를 먹고 8명이 죽은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의 이면에 있는 미국의 의료 보험을 간과하고 식품위생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미국 의료 보험의 문제점을 금방 알아 챌 것이다. 분명 살모넬라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다. 하지만 조기에 적절한 처치를 하면 생명을 위협 할 정도의 병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똑 같은 상황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다고 가정 할때, 우리나라에서는 누군가 땅콩버터를 먹고 배가 아프고 열이 나고 설사를 하면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 갔을 것이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므로 사람이 죽는 일 까지는 없다. 그것도 그렇게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설혹 그 치료를 의료 보험이 아닌 비보험으로 치료를 받을 지라도(물론 의료 보험 보다는 엄청나게 비싸겠지만) 미국 정도로 비싸지는 않는다. 모든 국민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은 우리나라에서 살모넬라는 사람 목숨을 빼앗을 정도의 병이 아닌 것 이다.

이런 현상은 전적으로 우리와 미국의 의료 보험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미국은 우리나라 보다 훨씬 선진국이고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 임에도 현실이 이렇다. 더구나 미국은 민영의료 때문에 의료 기술과 기구 그리고 자재가 무척 발달했다. 우리나라의 최고의 병원을 거느리고 있는 모 재벌도 미국에 가서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을 정도 이다. 하지만 아이너리 하게 그런 의료기술이 누구에게나 적용되지 않는 이점이 민영의료의 단점인 것이다.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의료 보험 제도를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의료 보험의 혜택을 받는다. 아주 죽을병이 아닌 한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전국민이 의료 혜택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런 제도는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에 비춰 매우 버거운 제도 이다. 그래서 진짜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질환에는 부득이 하게 비급여 항목이라는게 있어서 본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또 신약이라든지 최신기구에 대해서도 비급여 항목으로 본인이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즉 전국민이 의료보험 혜택을 볼 수 있되 어찌 보면 불 확실하게 의료 보험 혜택을 보는 시스템 인것이다. 질 보다는 양적으로 혜택을 많이 본다는 표현이 적당 할것 같다. 누구나 혜택을 보되 정작 돈이 많이 필요한 질환에 대해서는 본인 부담이 많은 시스템 인 것 이다.

그렇지만 우리경제 규모에서 유럽처럼 모든 국민에게 무상의료를 시행 할 수는 없다. 재정이 감당이 안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요즘 의료실비 보험이 인기를 끌고 정부에서도 의료 민영화를 시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표면적으로 우리 정부는 '건강보험'의 적자로 인한 정부 부담도 줄이고 의료 기술을 경쟁력있게 발전 시킨다는 논리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 여기서도 경쟁과 효율중심의 시장주의 논리가 포장되어 있다.

그나마 뜻대로만 되어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경제논리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지금의 재벌 그룹의  생보사들이 거느리고 있는고객들만 해도 어마어마 하다. 거기에 한국의 재벌은 한국 최고라고 하는 병원들까지 경영하고 있다. 이제 여기에 민영의료 보험까지 장악 하게 되면 어떤 상황이 발생 될까?  만약 그런상황이 온다면 결론적으로 당연히 건강보험은 유야무야 될 수 밖에 없다. 의료 기술의 선두에 서 있는 대형 병원들은 민영의료 보험 입맛에 맞게 운영 될 수 밖에 없고, 이런식으로 민영의료 보험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 커지다 보면 건강보험은 당연히 외면을 받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순간 한국인의 모든 의료비용은 민영 의료보험으로 넘어 가게 되어 있다.  비용면에서도 처음에는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겠지만 나중에는 미국처럼 감당 할 수 없을 지경이 될 것이다. 어마어마한 재원이 또 재벌로 넘어 가는 것 이다. 그리고 모든 병원은 민영의료 보험의 정책에 맞춰서 운영되는 상황이 전개 될것 이다. 결국에는 보험 혜택을 줄지 말지의 여부까지도 민영의료 보험에서 결정을 하게 되는 상황이 올 것 이다. 현재에도 자보 같은 경우 중 소형병원은 CT, MR등 고가 검사등을 시행할때, 아주 크게 다치지 않는한 보험사의 허락이 있어야 검사를 시행 할 수 있다. 물론 취지는 과다한 진료를 막기 위함 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과잉진료'와 '의료 혜택 배제'에 대한 관점은 종이 한장 차이에 불과 하다. 경계가 불 분명한것에 대해서 어떤 잣대를 들이 대야 할 지는 아무도 모르는데, 여기에 경제 논리가 들어 간다면 보험사쪽이 유리 할 수 밖에 없다. 본인은 진짜 아파 죽겠는데 검사를 받지 못 하는 상황도 배제 할 수 없는 것이다. 어차피 칼자루는 민영보험회사가 쥐고 있을 테니까 더욱 그렇다.

한가지 더 언급 하자면, 신약과 새로운 기술, 기구는 투자 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투자의 규모면에서 미국같은 나라에 견줄바는 못 될것이고, 인구 규모에 있어서도  내수 시장성이 어느정도 형성이 되어야 신약이나 기구가 발전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투자 이외의 요소로 인구가 어느정도(대략 1억)있어야 각 질환별로 충분한 환자가 확보 될것이고 거기에 맞는 의료 기술이 발전 한다는 것이다.

이런것을 증명하는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는 간세포암의 치료 분야에서 서구보다 발전된 의료 기술을 보이고 있다. 증례수가 서구 보다 훨씬 많은 까닭이다. 중재적시술이 됬든 수술이 됬든 환자를 많이 치료 해 보아야 방법과 기술도 다양하게 발달 된다는 것이다. 또 중국은 무식하게 크기는 하지만 심장 박동기를 자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소형화에 성공을 하게 될것이고 결국에는 미국 제품을 따라 잡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는것이 가장 타당 할까? 많은 수의 국민이 엄청난 의료비용을 부담해서 신약과 신기구를 만들고 이런 기술 경쟁력을 키워야 할까? 새로운 기술에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마련인데, 그런 기술과 경쟁력이 있다고 한들 상당수의 국민들이 그 혜택을 보지 못 한다면 그것은 일부만 혜택을 보는 의미없는 기술 이다. 더구나 고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은 병 인데 의료혜택을 받지 못 해서 죽어 나가는 사람이 생긴다면, 이쯤에 이르러서는 차라리 비극이다.

무엇보다 복지형 의료보장 제도를 시행하는 스웨덴이나 프랑스가 미국에 비해서 결코 기술이 떨어 지지 않는다는 점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의료 기술은 공공의료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증거이고, 설혹 미국이 조금 더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비용대비  기술지수를 비교하면 비효율적이란 의미 이다. 결국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민영화를 통해서 의료 기술을 발전 시킨다'는 시장경제형 의료의 논리는 급조되고 빈약한 것 이다. 효율을 추진 하지만 비효율이 증가하는 아이너리가 '의료 시장 경제'의 논리 이다. 미국도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수없이 많은 대통령이 의료개혁을 시도 했지만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즉 함부로 발을 담그기에는 위험 부담이 꽤 큰 정책 이라는 의미 이다.

정리 하자면 우리의 경우 유럽정도의 혜택은 줄 수 없더라도 미국처럼 의료에 시장경제논리를 대입시켜서는 안된다. 의료는 시장경제의 논리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충분하고 적절한 의료 혜택을 보는 나라가 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치병을 고치는 것 도 중요 하지만 적어도 충분히 고칠 수 있는 병으로 죽는 일이 발생되어서는 안되는 상황을 만드는게 더욱 중요 하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우리는 국립의료기관이 부족한 대표적인 나라 이다. 알려진 바로는 우리의 공공의료 기관은 전체의 1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의 25%보다도 낮고 유럽의 50~90% 수준에 비하면 그야말로 형편 없을 정도 이다. 의료재정의 공공성 수준에 이르러서는 53%에 불과 하여 OECD 평균 72.3%에 비하여도 낮고 스웨덴 프랑스에 비 할 바는 아니다.

결국 우리는 오히려 공공성을 강화 시켜서 정부 지원을 늘여야 하고 차라리 건강보험료를 인상하여 국민이 충분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또 정부는 노령화에 요양병원 확충과 여기에 따른 일자리 창출에 힘써야 한다. 의료 보험의 재원이 문제라면 민영 보험 보다는 건강보험료 인상이 타당하다. 또 건강 보험의 재원 고갈을 방지 하기 위해서는 감기등 보험 전체 치료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질환에 본인 부담을 키우고, 단위 치료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중대 질환의 보험부담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고가의 의료 장비등에 대해서도 무절제한 도입 보다는 장비 가동 시간을 12시간 이상으로 늘여서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다시 말하면 가급적 고가 장비 도입을 제한하여 지역 센터 중심으로 가동하되 소형병원들을 위한 검사 시간을 의무화 해서, 검사의뢰등의 방법을 통해서 비용을 절감하자는 이야기 이다.

이렇게 공적 지출을 늘이게 되면 서민가계 부담이 줄어 들어 다른 소비가 창출 될 수 있는 비용적 여유가 생긴다. 또 건강 보험의 재원이 확충되면 병원도 서비스 개선이 이루어 지고 일자리 창출도 이루어 진다. 이게 MB 정부의 그간 논리가 아니던가?  어차피 우리나라는 노년인구가 늘어나는 나라로 진입했다. 이에 대한 일자리공급을 늘여야 한다. 선심 쓰듯 유가 환급 지급이나 저소득층 쿠폰 발행 할 생각 하지 말고 이런 투자와 혜택을 늘여야 하는 것 이다.

인명은 돈이 있건 없건 똑 같이 소중하다. 우리나라에서 영화 '식코'을 찍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의료는 기술이 먼저가 아니라 혜택 먼저 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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