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과 MB

GOSSIP 2009. 2. 27. 12:31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라는 햄릿의 유명한 대사는 존재론적 사고의 진수를 보여 준다. 여기서 드러나는 햄릿의 사고방식은 분명한 이분법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선과 악, 존재와 비존재 혹은 진짜이거나 가짜...  세상의 모든것을 '있거나 없거나'의 두가지에 근거를 두고 있어서 해결책은 두가지만 있는것이 아님에도 햄릿은 필요없는 고민에 빠져 있다. 

그러면 햄릿은 왜 이런 이런 이분법적 사고를 할 수 밖에 없었을까? 아마 그것은 사고의 편리성과 효율성이 아닐까 싶다.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다양한 색채가 내포 되어 있는게 현상이지만 이런 특성 때문에 또한 현상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것을 아주 단순화 시켜서 2bit  1bit 정보인 '흑 or 백'으로 대치 한다면 명료성이 커질것이고 명료성이 커지면 이해가 쉽다. 그런면에서 이분법적 사고는 확실히 효율적이고 편리하다.

하지만 그에 따른 사고의 단순화는 또한 편협이라는 댓가를 지불 해야 한다. 그래서 햄릿은 눈과 귀를 막게 되고 다른 방법을 찾아 볼 생각도 하지 못 하게 된다. 아이러니 하게도 효율적일것 같은 방법이 이분법적 사고안으로 함축됨 으로 해서 다양한 가능성을 가로 막게 되는것이다. 이것은 이분법적 사고가 지니는 태생적 한계이기도 하다. 아마도 햄릿이 이분법적 사고를 하지 않았다면 훨씬 전략적인 방법으로 복수와 응징을 계획하고 실행 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햄릿은 우유부단의 대명사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너무나 분명해서 모순에 빠지는 사람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한 인간이 세계를 명확하게 둘로만 구분해서 이분법의 틀로 가둬 사고 할때, 선택과 실행은 어려워 지는것이고  행동이 단호 한것 같으면서 모호해 지는 모순을 같게 되는 것이다. 아이너리 이지만 다양한 원인 분석을 포기했기에 다양한 가능성도 포기하게 되는 샘 인 것 이다.

우리의 MB께서 핼기를 타고 서울상공을 순찰 하면서 그린밸트 지역에 순 비닐 하우스만 보인다고 이런곳을 개발 해야 한다고 말씀 하셨다고 한다. 또 다자녀 가구에는 분양가를 낮춰서 아파트를 공급 하겠다는 계획을 만들라고 지시 하셨다고 한다. 어쩌면 대통령이 이렇게 단순한 사고를 할 수 있는지 햄릿의 이분법적 사고 보다도 더한 일원론적 사고를 보는듯 하다. 급한데로 윗돌 빼서 아랫돌로 고이는 형국이 바로 이런것이 아닌가 싶다.

안그래도 넘쳐나는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어떻게 할 것이며, 본인이 외치던 녹색성장은 어디다 재껴두고 그린밸트를 개발 하겠다는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 아파트가 공급부족이 아닌데도 개발을 외친다. 그 경우 발생할 기존 도심의 공동화 문제는 어떻게 해결 할 것인지의 고민도 없어 보이고, 마치 땅을 삽질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느낌이다.

나는 작년에 유럽여행을 할때 몇백년 혹은 천년 이상 간직해온 그들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면서 감탄을 한 적이 있다. 또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농가들과 아직도 평범한 시민들이 임대해 살고 있는 '베토벤이 살았던 집'을 보면서, 보존이라는 그들의 가치에도 깊은 감동을 받았다. 꽤 괜찮은 호텔에 있던 아주 오래된 목조 수제 의자에서도 보존에 대한 그들의 가치관을 엿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싹쓸어 버리고 다시 만들기' 에 빠진 우리의 행태에 대해서 반성의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과 얼마전까지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움이 우리에게도 널려져 있었음을  함께 상기 해보니, 획일화에 빠진 나머지 우리가 잃어 버린게 너무도 많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발로 인해서 분명히 우리는 많은것을 얻었다는것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반면에 잃은것도 많았다는 점을 간과 하지는 말자. 그러니 이제는 한숨쉬고 돌아서서 우리가 잃어 버렸던것을 한번 돌아 봐 보자. 우리는 중국최대의 공업단지가 있다는 동북중국에서 편서풍으로 인해 공해물질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는 나라이다. 그래서 사실은 공기가 무지 더러운 나라 이다. 그런데 미래 세계는 무엇보다 환경적 가치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이다. 그러니 우리도  제발 이제는 개발만능주의 사고는 버릴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공급이 부족하지도 않고, 아이들은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얼마 남지 않는 그린밸트 마저 아파트의 숲으로 다시 채워냐 하나 싶다.

줄어드는 인구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한 아파트 분양가를 낯추는 것에 대해서는 안이한 인식에 답답함 마저 느꼈다. 출산율 저하의 근본적 원인을 무엇이라고 인식 하는지 모르겠다. 현재 3명 4명정도 자녀를 부양 할려면 맞벌이 상태에서는 거의 불가능 하다. 집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맡길곳이 마땅하지 않다. 그래서 다자녀를 두기 위해서는 맞벌이가 거의 불가능 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장난이 아니다. 즉 현재 다자녀를 둔 가정은 맞벌이를 하지 않아도 그 많은 사교육비를 감당해 낼 수 있는 재력이 있는 집이 대부분 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런 대책은 부유층에 대한 또 하나의 해택을 주는 정책에 불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정책 담당자는 미래 지향적 포석으로 출산을 유도 하기 위한 정책 이라고 항변 할 수도 있겠지만, 유감 스럽게도 그런 대책은 출산율이 떨어지는 원인을 잘 못 분석한 결과 이다. 안그래도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이 지금 누구 때문에 더욱 증가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듯 하다. 출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육비 부담과 복지정책을 통해서만 해결이 가능한것 인데, 집에 대한 혜택을 주면 출산율이 좋아 질 것 이라는 발상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이것은 정책 결정자들의 뇌리에 주택 정책에 대한 발상을 아직도 부의 축척으로 대입 시키는 의도가 각인 된것은 아닌지 싶다. 그렇다면 정부는 집에 대한 투기를 확산 하는 정책을 고수 하겠다는 뜻으로 여겨 지는데, 미국의 금융부실이 어디서 왔는지 간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니 되지 않은 발상 보다는 차라리 고등학교 까지의 무상교육이라든지 유아 보육에 대한 시설과 혜택의 확대라든지 하는 정책을 통해서 출산율을 늘여야 한다고 본다. 거기다가 문화적으로는 아이들이 자라서 무엇을 하든 직업에 의한 차별을 없애고, 얼마만큼 자기의 일을 열심히 하느냐로 적당한 차별을 두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양극화를 철저하게 방지해서 소득 재분배에 힘써야 한다는 이야기 이다. 한마디로 '낳아만 주십시오 나머지는 국가에서 책임 지겠습니다'라는 획기적 발상이 없는한, 돈 몇푼이나 혜택 몇가지 주는 정책으로는 출산율 확대가 요원 할 뿐이다. 마음놓고 아이를 기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지 생뚱 맞은 정책으로 엉뚱한 대상이 혜택을 보게 해서는 안된다.

주택에 대한 특혜를 주면 출산율이 좋아 질것이다라는 단순한 발상, 그리고 녹색을 보고도 오로지 건설만 생각하는 단순한 시각.....  어쩌면 그렇게 사고를 단순화 시켜 자기 효율적이고 자기 편리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햄릿은 이분법적 사고에 빠져 양쪽에 모두 대해 너무 진지하게 고민하는 바람에 우유부단 하기라도 했다. 그래서 그나마 인간적인 면이 보이고 또 연민이 가는 것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작품 으로 남겨져 있다.

하지만 우리의 MB에게는 어떻게 된게 전혀 그런 망설임 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요즘 유행하는 모 핸드폰 회사의 CM Song 처럼,  '~이 없으면 ... 하면 되고' 하는 식의 일단 지르고 보자는 단순하고 편의적인 사고(CF의 내용처럼 개인의 문제라면 낙천적이라서 좋다라는 소리라도 들을 수 있겠지만 지도자로서의 덕목은 영 아니지 않을까 싶다.)....고민 없이 그냥 한가지만 생각하는 단순한 일원론의 극치에 이르러서는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무모한 돈키 호테를 보는듯 하다. 갑자기 그런 단순함이 점점 너무 무서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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