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의 서신

GOSSIP 2009. 2. 10. 08:52

주관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조선시대에서 가장 현명한 군주를 꼽으라고 한다면, 대부분은 세종대왕과 정조대왕을 선택 할 것이다. 사실 업적이라는게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있기에 단순비교는 곤란하다. 그래서 다른여러분의 대왕들도 명군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겠지만 세종과 정조 두분은 각각 조선의 전기와 후기를 대표하시는 대왕들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역사에 전해지는 바로는 이 두분에 대해서 정반대의 성향을 증언하고 있는것 같다. 세종대왕이 주제하는 어전회의의 경우 대왕께서 대부분 경청을 하시다가 나중에 자기 생각을 말씀하시는 스타일 이라고 한다. 즉 말씀을 많이 들어 보시고 나서 최종적으로 정리를 하시는 성향 인것 같았다. 반면에 정조대왕의 경우는 회의를 소집하지만 먼저 자기생각을 많이 말씀 하시는 편이면서 상대방이 잘못을 하면, 조목조목 집어서 "왜 그런것도 모르냐" 고 나무라시는 스타일 이라고 전해진다. 아마도 세종대왕께서는 지혜로우신편인것같고 정조대왕의 열정적인 성품을 지니신분이 아닌가 싶다. 세종의 대왕의 경우 아울러 가는 편이지만, 정조대왕의 경우에는 노선의 동지가 확실한것 같고 또 매우 총명하시지만 더불어서 꽤 급하신 성격일것이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해본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정조대왕은 학구적이지만 다혈질적인적인 품성을 지녔을 것이라고 생각 했었다. 또 시대적 배경도 배경이 먼저인지 이런 성품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조 대왕의 경우는 정적 또한 많지 않았을까 싶었다. 흔히 대왕을 다룬 사극에서 많이 그려지듯 그냥 학자적 이미지를 지닌 점잖은분만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원래 사람의 속성이란 비슷한 구석이 있어서 박학 다식한 사람이 열정적이고 의욕적이고 성격이 급하다면, 더구나 권력까지 갖추고 있다면.... 결코 점잖은것과는 거리가 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다른 많은 사람들은 '학구적인것은 점잖을것 이다'라는 전재로 판단하는것 같았다. 대왕의 이런 이미지는 얼마전 방영된 '이산'에서도 여실없이 드러나 보인다. 현명하지만 정돌를 잃지 않은 모습....  하지만 마침 이번에 내 짐작을 뒷받침해주는 대왕의 서신들이 무더기로 발견된 모양이다. 대왕께서도 여과없이 드러내는 속내가 두려우셨던지 읽는즉시 모두 없애버리라고 신신당부까지 하셨는데, 살아 남아서 전해졌다고 하니 사람일이 모를일이다.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지만 정사에 알려진대로 열정적으로 일하고 공부하는 모습, 또 다혈질적인 사람들이 그렇듯 다정다감한 모습도 드러내어 보이신다. 

무엇보다도 노회한 정치가로서의 대왕의 모습은 조선의 정치를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것 같다.  심환지 역시 왕의 당부를 어기고 문서를 보관한것으로 보아 노회한 정치가의 면모를 지니고 있는것 같고.... 그러고 보면 서양이 됬든 동양이 됬든 정치라는것이 지니는 속성을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을것도 같다. 시대를 떠나 막후에서는 치열한 협상이 전개되고 있으며 결국 속는 사람은 우리같은 평범한 백성들이 아닐까? 현재나 과거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나는 평소에 우리는 어떤 한 인간에 대해서 결코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 우리가 많이 알 수는 있겠지만 결코 전부를 알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보이는데로 평가하기는 쉽겠지만, 문제는 보이는게 전부는 아니기에 평가에 대해서는 나름 신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서신에서도 그런 교훈을 배울 수 있었다. 좋다 나쁘다의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 볼 수 없었던 다른면은 늘 있기 마련이고, 그래서 평가는 늘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나름 이런 평소의 지론이 맞아 떨어져서 좋다. 정조대왕! 그 역시 한 인간으로서 나름의 임무를 위해 최선을 다 했겠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도 다양한 방법을 구사했고, 또 측근의 뒷다마도 깔 줄 알았던 우리와 똑 같은 감정을 지닌 인간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덧붙이자면 물론 이런 편지 마저도 그의 진심의 전부라고 하지는 못 할 것이다. 글 이란게 정리해서 표현하기에 감정이 여과되기 마련인데, 그 같이 현명한 사람이 감정의 여과가 없었다는 것은, 받는이의 감정과 입장을 고려 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다만 노회하고 다혈질적인 면 때문에, 너무나 인간적인 왕의 면모을 뵙는것 같아 절로 미소가 지어 진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