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됬을까? 살인피의자 강아무개의 사진공개를 놓고 벌어지는 비이성적 보도 행태를 볼때 심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인민재판이라도 하듯 '이런 흉악범의 얼굴은 당연히 공개 해야 한다' 라는 논리 이다. 덩달아서 경찰마저 '흉악범 얼굴 공개'을 제도화 하겠다고 나선다. 너무 비 이성적이고 감정적이다. <00 일보> 같은 경우는 사진은 물론 가족관계 군경력 고교생활기록부까지 뒤져서 지면에 공개 했다고 한다. 당연히 여론은 기름을 부은듯 들끓고 '사형제 존폐' 논란까지 일 정도로 시끄럽다. 마치 사회의 관심을 다른곳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당연히 그의 죄는 천인공노할 일이다. 그리고 나 역시 절대 강아무개 의 죄나 그의 행위를 비호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살인마 보다 더 무서운게 바로 이런 비이성적인 태도 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이런 행태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던가 상기해 보자.  '관동 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사건' 부터 '히틀러의 만행' 모두가 이런 방법으로 자행 됬다. 교묘하게 사람들을 선동해서 비 이성적으로 만들고 마치 인민재판이라도 하듯 인권과 생명을 학살 한다. 그러니 얼마나 무서운일 인가?

범인의 신상이나 사진이 공개 되지 않아야 할 이유는 강아무개 때문이 아니다.  강아무개는 정해진 법률에 따라 그의 죄값을 당연히 받아야 한다. 다만 인권은 강아무개 혼자를 위해서 존재 하지는 않는다. 10명의 범인을 놓치는 일이 있어도 단 한명의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아야 하는게 법집행의 원리 이다. 그런 이유로 인권은 누구에게나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하고, 작금의 상황에서 논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되는 문제 인것이다. 왜 강아무개의 얼굴과 신상이 우리에게 중요 한가? 그것은 전혀 필요 없는 소모적인 논리 일 뿐이다. 사실 이러한 논의는 결과적으로 강아무개의 얼굴을 공개하자고 하는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인권을 우리가 죽이자고 이야기 하는것에 다름이 아니다. 정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불태우는 격 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게 이렇게 당연한것들이 지난 1년 사이부터는 문제가 되고, 논의거리가 되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무죄추정의 원칙'과 '죄형 법정주의'는 너무나 당연한 법치주의 원리 이다. 대법원의 선고가 있기 까지는 누구든 피의자 신분 일 뿐이다. 따라서 죄에 따른 형벌을 논의 하는것은 가능 하지만 이런 원칙을 무시한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들은 선동적이고 비 이성적 일 뿐이다. 그런데 강 아무개라는 살인피의자 때문에 논란 자체가 안되는 '인권'이 회손되려 하고 있다. '인권'은 근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사상이다. 경찰이 만들겠다는 제도가 만들어 진다면 우리는 앞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분명히 만들 수 밖에 없다. 역사적 교훈이 그렇다. 권력은 절대 자제되어지지 않는 법이다. 처음에는 흉악범(그것도 아직 피의자 상태에 있는)들 신상만 공개되겠지만 점점 그 범위는 넓어지기 마련이다. 그동안의 사례로 보더라도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들이 생기는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  전혀 죄가 없는 주변인들이 사회적으로 매장 당하고 그중 일부는 자살 하는 사람도 나올 수 있다.  어째서 이렇게 불을 보듯이 뻔한 일을 우리 스스로 옭아매는 것 인지 모르겠다.

지금 우리는 과거나 아닌 미래로 나아가야 하며 후진이 아닌 선진으로 달려가야 하는 역사적 과제가 있다. 그런데 어째 이렇게 후진으로 뒷걸음치고 불필요한 일에 소모전을 벌이는것 인지 참으로 답답하다. 흉악범에 대한 신원 공개는 방법을 목적으로 미성년자 성추행범에 대해서 신상을 공개하는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본다. 미성년자 성추행범의 경우에는 주위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피해자를 줄이고 방범의 효과를 높이자는 목적이 크다고 본다. 하지만 흉악범에 대한 형량은 법정 최고형을 선고 받거나 그에 준하기 때문에 거의 평생동안 사회로부터 격리 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흉악범에 대한 사진등 신상 공개는 방범의 목적도 아닐뿐더러 집단 증오 내지는 보복성 공개에 불과 한 것이다. 법률이 이런식으로 제정 된다면 결국 모든 범죄인에 대해서 신상을 공개 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딱히 반대할 명분도 없게 된다. 바로 우리가 보호 하고 싶은것은 흉악범이 아니라 '인권'인데, 결국 가장 중요한 인권을 잃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내 생각에 이럴때 일 수록  '어떻게 하면 이런 흉악범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이 논의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사회적 소외와 멸시 좌절들이 '사이코패스'를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사이코패스'의 양산은 '융합의 결여'에서 오는 것 이다. 즉 정말로 논의 되어야 할것은 사회적으로 어떻게 하면 흉악범을 최소화 할 수 있을까 하는 논의라는 이야기 이다. 제도, 시스템, 방범망,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적 관심과 교육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심하자. 우리는 신이 아니기에 제도를 완벽하게 통재 할 수 없고, 지은 죄 는 벌을 받아야 하되 그 주변인은 피해을 입어서는 안되는 법이다. 이런 논의가 없이 감정적으로 사진은 물론 그 가족관계 생활기록부등에 이르는 공개는 너무나 감정적이다 못해 진정으로 사악 하기 까지 하다. 이런 선동 덕분인지 원래 우리나라가 그렇지만  용산 화재 참사는 갑자기 뜸 해져 버린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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