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보면 붉은 여왕의 이야기가 나온다. 앨리스가 아무리 뛰어도 항상 제자리 인것을 깨닫고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네!" 라고 말하자 붉은 여왕이 "최선으로 힘껏 뛰어야 제자리야!" 라고 말 하는 대목이 있다. 진화론상 자주 인용되는 이 '붉은 여왕의 이론' 처럼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곳 이란 생각을 해 본다. 붉은 여왕의 이야기 에서는 그나마 제자리 이지만, 우리는 아무리 뛰어도 20년 쯤은 퇴보해 버리는 느낌 이랄까. 남들은 미래로 나아가는데 우리만 '조선시대 관념'에 머물러 있는 의식도 있고, 무엇보다 민주주의 이념은 지금보다 20년쯤 전으로 퇴보 해 버린것 같다. 우리는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 보다 훨씬더 진화가 어려운 이상한 나라 같다.

인터넷에서 '경제 대통령'이라 불리우던 '미네르바'라는 사람이 검찰에 체포된 모양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미네르바'의 글을 한번도 읽어 본 적이 없지만, 다음의 아고라를 통해 꽤 유명해진 인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사실을 가장 먼저 보도한 'OO 닷컴'이나 나중의 'XX 일보' 그리고 다른 매체등을 보니, 보도 형태가 가관이다. 가장 포인트를 맞추는 부분은 '무직'에 '전문대 졸' 이라는 그의 신상정보 인것 같다. 한마디로 '무직'의 '전문대졸'에 농락 당했다는 투의 기사이거나, 이를 암시하는듯한 문투로 기사를 작성 했다. '무직'의 '전문대졸'이면 그 정도 식견이 있을 수 없다는 확신을 지닌듯 한데, 한국사회 의식의 단면을 엿 볼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유감 스럽게도 학벌이 사람의 식견을 보장하지도, 경륜이 사람의 깊이를 더 해준다는 그 어떤 확신도 없다는  점 이다. 식견을 넓히는데 가장 중요한것은 학벌이 아니라 '열정'과 '관심'인 것이다. 즉 얼마만큼 그것을 향해서 뛰느냐가 관건인 것 이다. 물론 나는 경제 전문가도 아니고 그의 글을 읽은적도 없기에 그를 평 할 수는 없지만, 그의 인터넷상의 '경제적 식견'은 이미 전문가 들도 인정을 한 바가 여러 차례 있는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객관적으로 어느정도는 그의 문장력이나 경제적 지식이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 한다. 그런데 이제와서 그의 신상이 '무직' '전문대졸' 이라는 이유로 '무식한 놈'으로 폄하될 그 어떤 이유도 없는데, 많은 기사들이 그렇게 다루고 댓글 또한 마찬 가지 견해를 보이고 있었다.

그중 압권은 'XX일보'의 사설 이었는데, '가짜에 휘둘린 대한 민국' 이었다. '전문대졸 무직자에게 그 많은 사람이 열광하고 대한민국 경제가 놀아났다니 어이가 없다'는 식이다. 일개 신문의 사설을 쓸 정도의 지식인의 안목이 이 정도인 나라가 우리 나라 인것 이다. 어디에도 논리적인 구석이 없다. 절대 그 자신이 비웃는 '미네르바'의 글 보다는 칭찬을 받을것 같지도 않다. 미네르바에게 대한민국 경제는 놀아나 본 적도 없고 '전문대졸' '무직자'에게는 열광하지 않아야 할 이유도 없다. 또 뭐가 가짜고 뭐가 진짜 라는지도 모르겠다. 네티즌이 '미네르바'에게 열광했던것은 그의 식견과 예측의 정확성에 열광했던것 이지, '전문대 졸'과 '무직자'라는 이유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그렇게 연결 시킨다.  한마디로 잠재의식속에 내재된 '서열 의식'과 '반상' 인식 인것 이고, 내가 보기에 대한민국을 더 위험하게 만드는 것은 이런의식 이라고 생각한다.

'무직'에 '전문대졸'은 그 정도 식견을 가질 수 없다는 그 '오만성'과 '편협성'은 어디서 근거 하는건지 모르겠다. 본질의 사안에서 '무직' '전문대졸'은 그리 중요한것 이 아니다. 분명 놀라운 일 이기는 하다. 다만 다른 이유로 말이다. '무직'의 '전문대졸'이 경제 전문가들의 칭찬까지 받는것은 물론, 정확한 예측과 방대한 자료들을 인용 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 했다는것은, 그가 얼마만큼 열심히 공부를 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이런 방면으로는 칭찬 받을 만한 일이지 비난을 받을일이 전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별로 불필요한 일이 쟁점이 되는 정말 이상한 나라 이다. 사실 솔직히 '미네르바'를 키운것은 현정부 경제팀에 대한 '국민의 불신' 이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안이한 상황 인식으로 예측이 번번히 빗나가고, 우왕좌왕 할때마다 미네르바는 정확히 예측 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독학으로 그정도 공부를 했는지 기특 할 따름이다.

다만 본질의 사안에서 그의 신상은 중요하지 않으므로 이제 본질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그의 혐의는 '허위 사실 유포'라고 한다. 사실 우리의 법 조문은 모호한 구석이 많다. 문제가 되는 전기통신기본법 위반인데, 이 법 47조 1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라는 부분의 우선 '허위'인지의 여부도 불분명 할 뿐더러, '공익을 해 할 목적'이라는 부분의 적용에 대해서는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견해의 대립이 심한것 같으므로 법 적용이 곤란 한것 같다. 아무리 뜯어 보아도 법 조문 자체가 너무 추상적이고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게 되어 있는것 같다. 한마디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법인것이다. 무슨 법조문이 헌법도 아닌데 그리 추상적인지 모르겠다. 더구나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는 어디로 간건지....

본질적으로 이 사안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하위법에 규정된 '공익을 해할 목적의 허위사실 유포'의 대립이다. 그리고 '공익을 해할 목적의 허위사실 유포'라는 사안에 대해서 압도적인 대다수가 동의 하지도 않는것 같다. 그렇다면 이부분을 적용하기에 모호성이 크다는 이야기 이고, 결국 법 적용이 자의적 이라는 의미와 연결 된다. '공익'이라는 것은 다수의 이익이라는 뜻인데, 그 주체인 '다수' 중 상당수가 불인정하는 '공익을 해할 목적' 이라면 법 적용이 곤란 하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최상위법인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 하위법인 '전기 통신법'상 '공익'의 의미는 최대한 축소되어서 해석 해야 함이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우려되는것은 지금도 이정도 인데, '사이버 모욕죄'가 도입 될 경우 또 얼마나 많은 입들을 막게 될지 염려 스럽다. 한마디로 누구든 상대방에 대해서 입만 뻥긋 하게 되면 처벌 받는다면, 대한민국의 어느 누구도 정치적 입장에 대해서 함구 하란 말과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법의 취지는 이해 할 수 있지만 제발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갈 수록 이상하게 흘러가는 나라가 되고 있다. 걸핏하면 국민을 법으로 통재 할려는 버릇을 들이는 것 같다. '삐라 뿌리면..' 법으로 금지 하면 되고, '원인이 불분명한자살을 핑계로 ' 사이버 모욕법을 만들면 되고, '촛불 집회' 하면 또 마스크 금지법 만들고.... 하는 식 이다. 법은 만능이 아니다,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법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세상' 인 것 이다. 교육과 제도 개선으로 할 일 이 있고, 법으로 제정해야 할 일이 따로 있는 법이다. 국민은 주인이지, 법으로 통재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님을 명심 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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