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의 종말

GOSSIP 2008. 10. 11. 12:22
요즘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이 곤경에 처한 모양이다.  그가 주도한 정책이 현재 미국 금융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린스펀 의장은 그가 FRB의장으로 재직(1987~2006년)시 파생상품 예찬론자로 알려 졌다. 2003년 상원 금융위원회 에서는 "파생상품은 위험을 감당 할 수 없는 주체에서 감당할 능력이 있는 주체에게 이전 시키는 뛰어난 수단" 이라고 까지 표현 할 정도이다.

하지만 그가 FRB의장으로 재직시에도 이런 파생상품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워런버핏은 "파생상품은 엄청난 파괴를 몰고 올 수 있는 금융무기" 라고 표현했고, 조지 소로스는 "파생상품의 구조를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지나친 사용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펠릭스 로해타인(1970년대 뉴욕 금융위기 구제를 주도)같은 경우도 파생상품을 '수소폭탄'이라고 비유했다.

사실 파생상품 본래의 목적은 위험을 피하는데 있다. 하지만 파생상품의 규모가 커질수록 불확실성이 증대해서 통재 불능의 상태에 접어들게 한 측면이 있다. 그린스펀 의장의 경우 재직기간 동안 탈규제정책으로 일관함으로서 파생상품 시장을 키워왔다. 아무래도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가장 핵심은 '탈규제' 에 있는 터라 그린스펀의 입장에서 보면 파생상품의 성장을 독려 할 수 밖에 없었을 것 이다. 하지만 그린스펀의 이런 정책이 현재의 금융위기를 낳았다는 이론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모양이다.

많은 수의 경제 학자들도 그린스펀의 정책에 대해서 비판을 가하고 나선 모양이다. 금융규제 전문가인 프랭크 파트노이 샌디에고대 교수도 "파생상품은 현재 전 세계에 몰아 치고 있는 금융위기의 중심에 있으며 그린스펀 전 의장은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탈규제 정책을 선도 했던 인물" 이라고 비판을 한 모양이다. 하지만 정작 그린스펀 자신은 현재 금융위기의 원인을 '월가 금융인의 지나친 탐욕'으로 진단하는 모양이다.

사실 그린스펀 전의장과 프랭크 파트노이 교수는 정책적 기반이나 입장이 다르기는 하다. 아마추어인 내 입장에서도 그린스펀 전의장의 경우 대표적인 '신자유주의'을 지향하는 정책 입안자 이다. 반면에 프랭크 교수는 '케인즈 이론'을 신봉하는 학자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린스펀의장의 진단은 스스로 본인 정책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것으로 여겨진다. 금융위기를 '월가 금융인의 지나친 탐욕'으로 진단한다는 자체가, 문제점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인간의 '양심'에 의존 했다는 변명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의 태동는 '케인즈 이론'에 대한 비판으로 부터 출발 한다. 그래서 신자유주의는 지나친 간섭과 규제가 시장을 경직 시키고 효율성을 떨어뜨린 다는 논리에서 출발 했기 때문에 '규제완화'라는 말을 입버릇 처럼 달고 다닌다. 하지만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보듯 규제가 없으면 양심도 사라지고, 규제가 없으면 자본이 자본을 흡수하게 되어 있다. 이런 유사한 문제점을 우리는 이미 고전적 자본주의에서 경험한적이 있다. 물론 지나친 규제가 효율성과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점은 인정하지만, 또한 규제가 전혀 없는것도 도덕적 해이와 불확실성의 증대로 인한 시스템의 붕괴를 야기 한다.

이런 시스템의 붕괴는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 논리로 이해 하면 좋을것 같다. 세상의 일이 각자 자기의 이익이 되는 입장에서만 생각 한다면 사회 시스템은 붕괴되게 되어있다. 그런데 이렇게 '자기의 이익'을 생각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불확실성' 인 것이다. 죄수가 각기 다른 취조실에서 공범의 생각을 알 수 없을때 자기의 이익이 되는 변수만을 생각하고 행동하듯, 예측 가능성이 배제된 불확실성 역시 자기 이익만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즉 나는 개인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 자체가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고 파악한다.  그리고 이런 불확실성은 이기주의를 양산하고, 이기주의는 사회 시스템을 파괴 시킨다. 그린스펀이 주장하는 '월가 금융인의 탐욕' 도 따지고 보면 규칙이 없는 '신자유주의의 불확실성'이 만든 괴물인 것이다. 결국 '신자유주의 정책의 문제점의 극단' 에 있는것이 바로 이번 미국의 금융위기라고 나는 진단한다.

지금 우리의 정부도 이런 '신자유주의 정책'을 지향해서 경제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등 사회 전방위적으로 '규제완화'를 표방한다. 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적당한 규제는 필요하다. 특히 교육, 의료, 가스, 수도등의 공공성이 필요한 부분은 좀더 적극적인 개입을 하여야 한다. '예측 가능성' 과 '기회균등' 은 효율성보다 더욱 중요한 사회안정성을 보장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점은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우리 정부도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역사가 하나의 흐름이라면 이제 서서히 신자유주의의 종말이 도래한 느낌이다. 고전적 자본주의가 수정자본주의로 대체 됬듯, 신자유주의도 새로운 이론의 보강이 필요한 시점으로 여겨진다. 물론 지나친 규제 또한 효율성과 의욕을 저해 하므로 그 적당한 정도에 대해서는  정부가 고민 해 볼 필요는 있다는 전제하에서의 이야기 이다. 그래서 어떤 결정이든 지나친 치우침은 항상 경계 해야 한다는 말이 전적으로 공감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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