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엔나를 뒤로 하고 짤즈 브루크까지 가야 하는 일정이다. 멜크 수도원을 거쳐 짤쯔 캄머굿(장크트 길겐, 장크트 볼프강, 할 슈타트를 아우른 지역)에서 식사를 하고 짤즈 부르크 시내로 들어간다고 한다. 아무래도 일정이 빠듯한듯... 장크트는 영어의 세인트와 같다.

멜크 수도원

멜크는 바벤베르크 왕조의 수도였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주차장에서 내려서 바라보는 수도원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가장 압권은 수도원 뒷편 옥상에서 바라본 멜크의 정경 이었다. 계단을 통과하자 갑자기 나타난 멜크의 정경, 도나우강이 휘돌아 흐르며 왼편엔 도시가 있고 오른편엔 들판과 포도밭이 펼쳐진 모습은 그야말로 환상적이 아니었나 싶다. 아쉽게도 일정상 바카우 지역(멜크~ 크램스까지 일컷는 말)을 내려가서 겪지는 못했지만, 오가며 보는것만 으로 충분히 아름답고 감탄할 만한 경관 이었다.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곳 이지만 내 생각엔 사각형의 돌을 깍아 처리한 바닥과 10만권의 장서가 압권이고, 이번 여행에서는 무엇보다 서편의 박물관을 관람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곳 정서상 당연하지만 일요일이라 관람이 안될뿐더러 한국인들은 별로 관람한바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특별히 직원분이 나와 계셨고..(아주 푸짐한 체구에 항상 빙그레 웃고 계셨던 여성분.... ^^) 그분과 가이드가 친분이 있어서 인지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어서 좋았던것 같다. 원형의 계단, 수의, 관.....  그리고 수도사들이 소속에 따라 각기 다른 옷을 입고 있던것도 인상적 이었던것 같다. 밑이 열릴수 있게 설계된 관을 보고 문득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를 무덤에 버려 버리던 관이 생각났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마리아 테레지아'여왕의 아들 '요제프 2세"때 잠시 사용하게 했던 관이란다. 그래서 모차르트로 이런관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요제프2세는 개혁적 성향의 군주로만 알고 있었는데, 아주 검소하고 실용적인 성품을 가진 분 이란 생각이 든다. 결국 귀족들의 반대로 잠깐동안만 사용했지만 어떻게 관을 재활용 할 생각을 했는지.... 안그래도 그 조그만 땅에 가족묘라는 장법만으로 충분히 감동을 했는데, 거기다가 관 까지 재활용이라... 충분히 실용적이고, 충분히 감동적이고, 충분히 본 받을만 한 생각이다. 그렇지만..... 관까지 재활용은 넘 하신것 같아요. '아마데우스'영화를 보고 죽은뒤 쓰레기처럼 버려지던 그 부분이 넘 슬펐는데, 그냥 지금처럼 아주 조그만 땅만 차지하게 내 버려 두시지..^^

짤쯔 캄머굿(장크트 길겐, 장크트 볼프강, 할 슈타트)

이제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라는 짤쯔 캄머굿으로 향한다. 상당한 시간 버스를 타야 하는데 잠이라도 자두어야 겠는데 차창밖의 전원 풍경이 너무 평화롭고 아름답다. 오스트리아 가옥의 특징은 작은기와들을 엮어서 만든다는것인데 집앞 처마밑이 꺽여서 날카로운 맛 보다는 둥글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는 점 이다. 그런 풍경은 초원에 너무 잘 어울리는것 같고 가파른 산세에도 또 다른 어울림을 주는것 같다. 문화란 자연과 어울려져 형성된다는 말이 맞는것 같다. 이렇게 평화로운 풍경을 몇시간 보고 나니 거대한 호수가 험준한 산세아래 장엄하게 펼쳐진다. 이름하여 Mondsee Mond(몬트제 몬트)....달의 호수라는 뜻 이란다. 과연 달빛 찬란한 밤이면 정말 아름다운 달이 잠길만한 장관이다. 하지만 이곳은 눈으로만 만족해야 할듯.. 장크트 길겐에서 점심 식사를 해야 한다나... 

이렇게 조금 더 들어 가자 이번엔 험준한 산 봉우리까지 케이블카가 이어지는 아름다운 호수가 나타난다. 몬트제 몬트가 웅장한 아름다움이라면 장크트길겐은 조화미가 뛰어난 느낌이다. 케이블카, 호수, 선착장 그리고 마을이 동화처럼 어우러진 이곳에는 이곳을 처음 관광지로 개발하신 오스트리아 수상의 동상이 서 있는데 선견 지명이 있으신게다. 또 이곳은 모짜르트 어머니의 고향이기도 하다. 모짜르트 어머니의 집이 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보존이 잘 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이곳에 있는 식당에 들러서 슈니츠로 점심을 때우는데 영락없는 돈까스 이다. 오스트리아 식단의 특징이 항상 과일이 나온다는것 인데 사과를 껍찔채 배어먹게 되어 있다. 농약을 하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어렷을적 이후 아주 오랫만에 이런식으로 먹어 보니 기분이 상쾌하다. 자연에 가까운게 좋은건가? ^^ (비엔나의 호텔에서도 항상 사과는 껍질채 먹고 달걀은 달걀받침에 올려놓고 입구만 깨서 스푼으로 파먹고.. 이런식으로 하니 일단 식탁이 지저분해지지 않은점은 좋은것 같다.) 수염을 멋있게 기른 웨이터가 뭐라 반가운 인사를 연신 내뱉으면서 "당케쉔" "비테쉔"을 연발한다. "Thank you" "Not at all"과 비슷한 의미라는데 지금까지 본 웨이터중 가장 친절하고 싹싹해 보인다. 일전 타펠슈피츠를 먹던 식당에서는 커다란 덩치의 웨이터가 표정도 무뚝뚝해서 말 건네기도 무섭더니 싹싹해서 마음에 드는데, 다른 일행은 침튀긴다고 말 좀 안했으면 좋겠덴다.. ㅋㅋ 사람마다 이렇게 마음이 다르니... 사실 이곳 사람들이 스키시즌이 끝나는 3월말까지는 휴가중이고 그래서 식당도 어렵게 섭외 했다고 하는데, 이곳 정서에 비춰보면 감사한일인것 같은데....아닌가? ^^

오스트리아의 교육제도

길게 늘어진 케이블카를 보니, 스키장으로 향하는 리프트가 연상된다. 말이 나왔으니 잠깐 언급하자면 이곳 사람들은 걸음마를 떼자 마자 스키나 수영부터 배운다고 한다. 그리고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2학년때까지의 교육프로그램이 '놀기'위주로 진행된다고 한다. 소풍가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게하고, 알파벳 A를 배우는날은 Apple 파이를 만들어 먹고.... 그리고 슬슬 3~4학년 무렵이 되면 김나지움으로 갈 사람과 기타 학교로 갈 사람을 구분하는 작업이 시작되고... 이런 작업이 쉽게 가능한게 한분의 선생님이 적은수의 아이를 대상으로  4년동안 담임을 맡기 때문에 아이의 발달과정과 능력에 대해서 비교적 정확한 파악이 가능하시덴다.. 이렇게 진행되는 김나지움이라든지, 대학까지의 과정은 물론 모두 공짜 이다. 요즘에야 대학의 경우 1년에 1000유로정도의 등록금이 있지만 그 정도는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물론 김나지움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원하면 과정을 바꿀수 있고 대학에 진학 할 수는 있지만 졸업은 장난이 아니게 어렵단다. 현지인들도 6년정도 걸리기 일쑤 이고, 입학대비 5% 정도만 졸업 한다고 하니... 한마디로 아주 어렷을때는 자연과 어울려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시간을 갖고, 대학가서는 박터지게 공부 하란 이야기 이다.

다른 모든것은 문화적 차이로 인식 할수 있고 서로 다름으로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이것 만큼은 우리가 반드시 개혁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솔직히 우리의 공교육은 전혀 기능을 못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학부가 원하는 수준의 교육도 이루어지지 않을뿐더러.... 교사의 자질 또한 어찌된 일인지, 비교적 우수한 인재들을 데려다가 우매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가 싶을때가 많다. 너무 안이하게 자리를 보장해 주어서 인지, 사회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치열하게 돌아 가는지 교사들은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잡무를 이야기 하고 학급당 맡은 학생수를 이야기 하지만 프로로서 기본적인 자세가 안되어 있는 사람이 많은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주위에서 외국에서 교육을 받다가 들어온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면 "한국 선생님은 선생님도 아니다"라는 말은 교육자들이 심각히 고민해야 할 부분인것 같다. 우리 같은 사람도 분명 공교육을 시키고 있으면서도 같은 과목을 비싼 비용으로 사교육을 시키기 때문에 이 부분이 가장 비교가 되는것 같아서 씁씁한 마음 이었다.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엄청난 낭비가 아닐까?

할 슈타트

장크트 길겐을 출발하기 전에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만났는데... 왠걸 그차의 기사 양반이 한국말을 꽤나 유창하게 한다. "안녕하세요" "한국 빨리 빨리...." "여기 느리게 느리게.."  배꼽을 잡는줄 알았다. 하지만 이것을 농담으로만 받아 들여야 할지 웃을수 만도 없는게, 우리가 너무 급하게 사는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우리는 너무 급한것 같은 생각이 많이 든다.. 성급하고 서두르고 여유가 없고..... 장크트 길겐을 뒤로 하고 장크트 볼프강 호수를 그냥 지나쳐 간다.  물위로 나와 있는 암벽이 100M 물속으로 100M 정도 된다고 한다. 이곳에 머무르지 않아서 자세한 풍경은 알 수 없지만 대체적인 분위기는 길겐과 비슷한것 같다.

길고 긴 터널을 지나 드디어 할슈타트에 도착했다. 달력에 가장 많이 보이는것 같은 풍경... 사실 이곳은 호수보다 마을이 아름다운것 같다. 암염 절벽 아래에 그림 처럼 펼쳐져 있는 마을의 풍경은 정말 일품이다. 멀리 설산이 보이기도 하고... 전형적인 그림책 처럼 펼쳐진 풍경이 좋다. 시간이 남으면 암염광산도 가 보았으면 좋겠는데, 거기까지 갈려면 한나절이 걸린덴다. 그래서 먼 발치로 구경만 했다. 호수위의 백조들 사진도 찍고 너무 아름다운 마을 풍경도 잡아 보고...  두리번 거리다 일행을 놓쳤다. 민선생과 사진을 더 찍고 싶은데.... 하는수 없이 옆에서 구경하던 백인 아가씨들께 부탁을 해 본다. 그들도 관광객인지라 동양인이 어색한지 사진을 찍어 주고 나서 자기들끼리 배시시 웃는다.

낮선 동양인.... 

사실 우리가 예전에 비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에 비 할 바는 아닌것 같다. 나중에 짤즈 부르크에서도 그랫지만 이곳에서 매점에 들러 기념품이 될만한게 뭐 있을까 찾고 있는데 매점 종업원들이 자기들끼리 "니 하오마" 라며 소곤 거리는 것 이다. (나중에 짤즈 부르크에서는 다른 관광객으로 부터, 직접 시선을 마주치고 "곤니찌와" 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 ) 민선생이 웃으며 "안녕하세요" 라고 정정을 해 주자 한참을 웃는것 이다.

이곳에서 여행을 하며 느낀점 중의 하나가 서양인들이 보기에 동양 3국(한국,일본,중국)사람을 구별하지 못하지만, 나는 멀리서도 구별이 되었다. 엄밀히 보면 피부색깔, 피부상태, 옷차림이 확실히 구별된다. 우선 중국인은  옷차림과 태도등에서 확실히 구별된다. 어떻게 구별되는지 까지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공항에 내리자 마자 중국인과 한국인은 차이점이 많이 있다. 또 일본인과 한국인은 중국인보다 구별하기는 힘들지만, 옷차림등에서 유행의 차이가 있는것 같다. 우리가 훨씬 자유스러워 보인다.. 이제 소금성이라는 짤즈 부르크로 넘어 간다.

저녁 식사와 마트 구경 - 중식당, 마트

좋은 구경을 하고나서 나도 모르게 차 안에서 잠들어 버렸다. 한참을 그렇게 잤을까... 커브를 돌아가는 참의 움직임에 잠에서 깨니 짤즈부르크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배기 이다. 이게 모차르트와 카랴얀의 고향 짤즈 부르크 이구나... 독어권에서는 부르크가 붙으면 산위에 있는 성을 말고 베르크가 붙으면 평지에 있는 성을 말한다고 그러더니... 정말 산위에 멋들어진 고성이 자리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저녁식사후 바로 호텔로 향해 잠을 자야 하는일정이다. 저녁 식사는 중식당에서 하게 되었는데... 중식당 답게 갖가지 요리가 풀코스로 나온다. 향신료가 들어 있는 음식은 먹기에 불편하지만 그래도 대체로 많이 먹어본 요리도 있어서 그나마 낫다. 주인아주머니가 한국인을 위해 특별히 개발했다는 김치에는 향신료가 약간 들어 있었는데 우리 입맛에는 좀 그랬다. 경상도분들이라면 조금 잘 드실만 하겠지만... 주인 내외는 인상이 중국에서도 남방계분으로 보였는데, 동양의 인심답게 공짜로 이것 저것 원하는데로 가져다 주신다. 덕분에 포식은 했지만 이제 슬슬 우리 음식이 그리워진다.^^ 짤즈 부르크에는 한식당이 딱 한군데 있는데, 맛이 별로라고 한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딱히 할일도 없고 바이오 마트와 일반 마트를 돌아 다녀 보았다. 바이오 마트는 아마도 유기농 제품을 판매 하는것 같았는데, 꽤나 비싸 보였지만 우리에 비하면 농 수 축산물은 저렴하다는것이 금방 눈에 띈다. 당연히 일반 마트는 저렴하겠거니.... 이건 거져나 마찬가지네.. 물론 '소지지, 고기..' 위주로 저렴 했지만 무엇보다 저렴한 '물'이 있다는게 좋넴... 아주 작은것 하나에도 몇유로가 기본인데.... 여기는 그 가격이면 몇개를 살 수 있었다. 앞으로 유럽에 오면 마트 이용도 잘 하면 좋을듯... 공산품은 솔직히 우리가 훨씬 좋아 보인다. 가격대비 성능 만족의 한국산 제품...  어떻게 유럽 시장을 잘 공략 하면 좋을것 같은데... 브랜드 가치는 조금 밀리고, 관세 물어 가면서 수출하자니 가격도 좀 그렇고 그런가? 암튼 EU와 FTA가 빨리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 줄것은 주고 받을것은 받아야 하는데, 우리 정부가 정치적인 논리로 너무 '농산물'에 집착하는것 같다. 벌써 몇년인데 아직도 준비 부족이란 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호텔 르네 상스

아까 낮에 멜크수도원에서 좋은 경치에 촐랑대다가 카메라를 떨어 뜨렸는데 메모리 케이스 입구가 깨져 버렸다. 그래서 자꾸 메모리 입구가 벌어지는데, 호텔에 도착하자 마자 프론트에서 테이프를 달라고 해서 떼웠다. 내일은 미라뷀 정원을 관람해야 하는데.... 유럽 여행이 대부분 고도라서 매일 걸어서 돌아다니는게 일인지라, 먹는것과 체력관리는 기본적으로 잘해야 한다. 불행히 우리팀은 영감님들이 많아서 무슨술을 그렇들 좋아하시는지 매끼마다 소주를 곁들여 드시는게 영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래서 피곤한김에 사우나나 할까 싶어 사우나실에 들렀는데 왠걸... 사우나실이 4인용 정도로 작은데 사람들이 너무 많은것 이었다. 그래서 룸에서 그냥 샤워하고 일행끼리 모여서 소주 한잔을 곁든 다음 잠이 들었다.

그런데 바로 이곳에서 일행중 한분이 사우나를 하다가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러다가 잠에서 깨어 보니 전라의 백인녀가 맞은편에서 타월을 깔고 자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나.. ^^ 사실 유럽의 사우나는 남녀 혼탕인데.... 그 다음날 아침 "에이.... 일부러 그러신거지요?" 라고 사람들이 묻고 그분은 부정하기 바쁘고... 하긴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고 일어나서 그러면 좀 황당하겠다 싶었다.. ^^ 이렇게 짤즈부르크에서 하루가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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